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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 기경호 신부님 ~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루카 2,41-51

 

복음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41-51
41 예수님의 부모는 해마다 파스카 축제 때면 예루살렘으로 가곤 하였다.
42 예수님이 열두 살 되던 해에도 이 축제 관습에 따라 그리로 올라갔다.
43 그런데 축제 기간이 끝나고 돌아갈 때에
소년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그대로 남았다.
그의 부모는 그것도 모르고,
44 일행 가운데에 있으려니 여기며 하룻길을 갔다.
그런 다음에야 친척들과 친지들 사이에서 찾아보았지만,
45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래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그를 찾아다녔다.
46 사흘 뒤에야 성전에서 그를 찾아냈는데,
그는 율법 교사들 가운데에 앉아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고 있었다.
47 그의 말을 듣는 이들은 모두 그의 슬기로운 답변에 경탄하였다.
48 예수님의 부모는 그를 보고 무척 놀랐다.
예수님의 어머니가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하자,
49 그가 부모에게 말하였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50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51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1)

 

하느님의 섭리를 따르는 기쁨 ♣

 

오늘은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입니다. 성모성심은 예수성심과 긴밀히 결합되어 있는 하느님과 인간을 향한 성모 마리아의 사랑을 일컫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에 순응하여 성령으로 성자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으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지상에서의 구원 여정에 침묵 가운데 사랑으로 함께하셨습니다. 그분은 또한 하느님의 충실한 여종이자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그리스도의 뜻에 온전히 일치한 신앙인이셨습니다. 이처럼 성모 성심은 예수 성심과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린 예수님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예루살렘 성안에 남게 됩니다. 아들을 잃어버린 마리아와 요셉은 사흘 동안 아들을 찾느라 애간장을 태웠을 것입니다. 아드님 예수님을 찾으신 성모께서는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2,48) 하고 지극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뜻밖에도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2,49) 하고 말씀드립니다. 그런 대꾸 앞에서 예수님의 부모들은 시므온의 예언대로 이때 이미 성모님께서는 가슴이 찔리는 듯한 아픔을 겪으셨을 것입니다. 성모께서는 구원의 관점에서 말씀하시는 아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모님은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십니다.’(2,50) 이 점이 바로 성모님의 탁월한 점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일상생활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을 바로 알아차리지도 다 이해할수도 없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일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버리지 않고 마음속에 간직하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자신의 힘으로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드리면서 하느님에 의해 뜻이 드러나리라 믿고 기다리신 것이지요. 구원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다가오거나 기적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땅이 새순을 돋아나게 하고 정원이 싹을 솟아나게 하듯”(이사 6,11) 서서히, 때로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이루어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사랑으로 기다리는 법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분처럼 말하기에 앞서 사랑으로 들을 줄 아는 마음을 지녀야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을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단죄하지 않고 주님께 맡기는 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 안에 담긴 하느님의 깊은 뜻을 내 힘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밝히려 하기보다는 그분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면서 그분께서 원하시는 뜻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해야 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랑 없이는 어려울 일일 것입니다. 오늘도 하느님과 인간을 향한 성모님의 사랑의 마음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사랑의 날이 되길 바랍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