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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연중 제 13주간 화요일 / 이영근 신부님 ~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이영근 아오스딩 신부님.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마태 8,26)

 

 

<앞 장면>에서 “호수 건너편으로 가라”고 명령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만을 보내신 것이 아니라, 당신께서도 그 배에 오르시어 동행하십니다.

 

사실, 배는 항구에 메여 있을 때 안전하고 평화롭습니다. 그러나 배는 그렇게 항구에 가만히 정박해 있으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항해하라고 만들어졌습니다. 항해하면 당연히 풍랑을 만나고 표류하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교회”(공동체)라는 ‘배’, “가정”이라는 ‘배’를 타고 항해하고 있고,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동행 하십니다. 그런데 ‘배’ 안에 그분이 함께 계시는데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세시풍랑에 배가 휘청거릴 때도 있고, 방향을 잃고 헤맬 때도 있고, 위험에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도 주무시고 계십니다. 그분은 바람과 호수를 복종시킬 수 있으시지만, 그 풍랑 속에서도 잠들어 계십니다. 바로 이때가 우리가 눈을 떠야 할 때입니다. 마치 물고기들이 맘껏 물속을 헤험쳐 다니면서도 물 밖에 나와 숨을 깔딱거리면서야 비로소 자신이 헤험칠 수 있었음은 물이 있는 까닭이었음을 알게 되듯이, 새들이 맘껏 하늘을 날다가도 새장에 갇혀서야 하늘이 있어서 날 수 있었음을 알게 되듯이, 그렇게 우리는 풍랑을 맞고 가라앉으면서야 비로소 내가 키잡이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물결이 들이치고 배가 흔들려도 분명,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사실, 잠들어 있는 이는 그분이 아니라 나 자신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주무셔도 주님이시오 깨어 계셔도 주님이신 그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이는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깨어나야 할 이는 그분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분이 함께 계심에도 두려워하고 있는 이는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풍랑 속에서 잠들어 계셔도 바람과 호수를 복종시키시는 그분이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그분이 우리의 키잡이십니다. 그러니, 이제 결코 겁낼 일은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통하여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순수한 의탁과 신뢰입니다. 곧 그 속에서 함께 하시는 그분을 의탁하고 신뢰하는 일입니다.

 

 

 

오늘도 그분께서는 배가 하늘항구에 닿기까지 우리를 이끄시고 동반하십니다. 단지 동반하실 뿐만 아니라 배를 인도하십니다. 그분은 주무셔도, 깨어 계셔도 우리의 키잡이시며 하느님이십니다. 그분은 죽으면서도 인류를 구원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마태 8,26).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이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마태 8,27)

 

 

주님!

당신은 풍랑 속에서 잠들어 계시지만, 바람과 호수를 복종시키시는 분

고통과 수난을 몸소 겪으시지만, 온갖 질병을 고치시는 분

못에 박히고 창에 찔려 죽임당하지만, 부서진 뼈와 마음의 상처를 새롭게 하고 죽은 이마저 살리시는 분

잠들어 계서도 깨어 계서도 저의 키잡이이신 당신이

진정 저의 주님이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