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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연중 제 15주간 월요일 - 주님께서 칼을 주신 뜻 / 김찬선 신부님 ~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주님께서는 칼을 주러 오셨다고 하십니다.

이때의 칼은 어떤 칼일까요?

 

찌르라는 칼일까요? 자르라는 칼일까요?

죽이라는 칼일까요? 끊으라는 칼일까요?

 

말씀의 전체 맥락에서 볼 때 그것은 명백합니다.

관계를 끊는 칼입니다.

 

지인과의 관계가 불의한 관계일 때

그때 그 관계를 끊으라는 말씀입니다.

 

예를 들어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며 뇌물을 받으라는

그런 사람과의 관계는 불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으라는 말씀입니다.

 

부모와 자식이 지나친 애착 관계일 때

그때 그 관계를 끊으라는 말씀입니다.

 

며칠 전 저의 어머니 11주기 미사를 형제들과 같이 봉헌했습니다.

그때 저는 이런 내용의 강론을 저의 형제들에게 했습니다.

 

자식들이 더 살아주길 바랄 때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가시라!

이젠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하기 전에 돌아가시라!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했느냐 하면 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돌아들 가지 말라는 뜻이었지요.

 

제가 생각할 때 저의 어머니는 아주 지혜로운 분이셨고,

여러 가지로 저희의 모범이셨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시기 2년 전부터 저희 어머니가 이상해지셨습니다.

자식들에게 집착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수도원 들어갈 때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으셨고,

수도원 들어가고 난 뒤에는 전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연히 제가 집 걱정할까 봐 집 얘기도 하지 않으셨고,

당신 걱정할까 봐 당신 아프신 얘기도 일절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셨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2년 전 많이 편찮아지신 뒤부터

저에게 전화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물론 안부 전화였고 안 와도 된다고 하셨지만

실은 보고 싶으시다는 전화였지요.

 

그래서 돌아가시기 한 달 전쯤 자식들에게 집착하지 마시고,

이제는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가시라고,

이제는 저희 어머니가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딸이 되시라고

저는 어머니께 간곡하고도 긴 편지를 드렸습니다.

 

인간적으로 매우 괴롭고 불효막심한 내용이었지만

이것이 어머니의 영적 유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정을 떼는 저의 단호한 권고를 들으시고 처음에는 무척 괴로워하셨지만

그때부터 어머니께서도 정을 끊는 영적 싸움을 아주 심하게 하셨습니다.

 

심지어 악령과도 싸우셨고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는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것이 보인다고까지 하셨습니다.

 

이것은 어머니께서 제게만 유언하신 적이 있는데,

당신이 13살 때 보신 그 환시와 같은 거였습니다.

 

열세 살 때의 이 환시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그 어려움들을 이겨내며 사셨는데

돌아가시기 2년 전에는 하늘 보기를 그치시고 자식들에게 집착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돌아가시기 직전 곡기를 끊으시면서 다시 그 환시를 보셨던 것인데

제게는 곡기도 끊으시고 자식들에 대한 애착도 끊으시고,

비로서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가실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칼을 주신 뜻도 이런 것이라고 다시 묵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