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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17주일 / 오상선 신부님 ~

2024년 7월 28일 연중 제17주일



제1독서
<먹고도 남을 것이다.>
▥ 열왕기 하권의 말씀입니다.4,42-44
그 무렵 42 어떤 사람이 바알 살리사에서 왔다.
그는 맏물로 만든 보리 빵 스무 개와 햇곡식 이삭을 자루에 담아,
하느님의 사람에게 가져왔다.
엘리사는 “이 군중이 먹도록 나누어 주어라.” 하고 일렀다.
43 그러나 그의 시종은
“이것을 어떻게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엘리사가 다시 말하였다. “이 군중이 먹도록 나누어 주어라.
주님께서 이들이 먹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44 그리하여 그것을 사람들에게 내놓으니,
과연 주님의 말씀대로 그들이 먹고도 남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그리스도의 몸은 하나입니다.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4,1-6
형제 여러분, 1 주님 안에서 수인이 된 내가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2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3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
4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실 때에 하나의 희망을 주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십니다.
5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이고,
6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 분이십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만물을 통하여, 만물 안에 계십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는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원하는 대로 나누어 주셨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1-15
그때에 1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 곧 티베리아스 호수 건너편으로 가셨는데,
2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라갔다.
그분께서 병자들에게 일으키신 표징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3 예수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제자들과 함께 그곳에 앉으셨다.
4 마침 유다인들의 축제인 파스카가 가까운 때였다.
5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하고 물으셨다.
6 이는 필립보를 시험해 보려고 하신 말씀이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하시려는 일을 이미 잘 알고 계셨다.
7 필립보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8 그때에 제자들 가운데 하나인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9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0 그러자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곳에는 풀이 많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장정만도 그 수가 오천 명쯤 되었다.
11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물고기도 그렇게 하시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주셨다.
12 그들이 배불리 먹은 다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13 그래서 그들이 모았더니,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
14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 하고 말하였다.
15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영원한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을 가리키십니다.

제1독서대목은 엘리사의 기적 이야기입니다.

"이 군중이 먹도록 나누어 주어라. 주님께서 이들이 먹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2열왕 4,43)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는 어떤 사람이 봉헌한 보리 빵 스무 개와 햇곡식 이삭 한 자루를 백 명의 사람들에게 먹이라고 내어 줍니다. 하지만 사람 수에 비해 양이 터무니없이 적다보니 분부를 받은 시종은 사실 믿지 못했지요. 엘리사라고 산수를 못 하겠습니까만, 그가 주님의 말씀을 믿었기에 모두가 먹고도 남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복음은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깁니다.

"마침 유다인들의 축제인 파스카가 가까운 때였다."(요한 6,4)
복음사가는 도입부에 유다인의 파스카 축제를 언급함으로써 복선을 깔아 놓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놀라운 빵의 기적은 예수님께서 완성하실 희생제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하시려는 일을 이미 잘 알고 계셨다."(요한 6,6)
많은 군중이 다가오자 예수님은 그들을 먹이실 생각부터 하십니다. 길고 험한 타향살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자녀들을 먼 발치에서 발견한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에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바로 이렇겠지요.


"당신이 하시려는 일"
예수님은 먼저 군중에게 빵을 실제로 먹이려 하십니다. 육신의 허기를 채워 힘과 생명력을 북돋아주시려는 겁니다. 아울러 당신 스스로, 죄와 죽음으로 고통 받는 인류를 되살리실 희생 제물, 무죄한 어린양이 되시려는 계획도 들어 있습니다.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요한 6,9)
군중 안에 끼어 있던 아이들 중 한 명이 마침 먹거리를 지니고 따라왔나 봅니다. 모르긴 해도 이 먹거리는 자신과 몇몇 일행을 위해 준비한 것이겠지요. 이 소박한 양식이 모든 이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먼저 아이가 관대히 자기 것을 내어놓아야 합니다.


황량한 광야에서 달리 양식을 구할 곳이 없고 그나마 수중의 돈마저 간당간당하다면 지금 지니고 있는 일용할 양식이 퍽 요긴할 텐데, 아이는 긴 생각 하지 않고 자기 음식을 내어놓습니다. 비록 어린 아이지만 예수님을 믿었고 허기 진 군중을 염려하시는 그분 마음을 헤아리기 때문이겠지요.

여분의 빵을 뒷주머니에 예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진 것 전부를 내놓는 행위는 바로 생명을 나누는 것과 같습니다. 이 아이의 봉헌은 미소하나마 파스카의 완성이신 예수님의 온전한 자기 봉헌을 떠올려 줍니다.

"남은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요한 6,13)
예수님의 감사 기도를 통해 아이의 빵과 물고기는 오천 명을 먹이고도 남을 양식이 됩니다. 모두 배불리 먹고도 남은 조각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차다고 하지요. 더 보탤 필요 없이 넉넉하고 충만한 생명의 양식이 우리 가운데 계심을 가리킵니다. 열둘이라는 완전한 수로 남은 빵은 온 인류를 살리고도 남을 주님의 몸입니다.


제2독서에서는 그렇게 인류를 위해 내어 주신 주님의 몸이 하나임을 강조합니다.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십니다."(에페 4,4)
예수님은 당신의 몸을 생명의 양식으로 남기셨습니다. 이천 년을 이어오면서 인류가 받아 먹었고 지금 우리도 모시는 성체는 한 분 그리스도의 한 몸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믿고 그분의 몸을 받아 모시는 우리 모두는 하나입니다.


적은 양에서 오천 명을 먹일 양으로 늘어난 기적의 빵은 당신 몸을 내어 주신 생명의 양식으로 이어집니다. 생명의 빵은 같은 빵을 나누어 먹는 우리 온 인류를 한 몸으로 아우르고, 이 빵을 먹는 우리 모두는 한 몸이신 그리스도를 이루는 겁니다.

사랑하는 벗님! 우리 모두는 인종, 국적, 성별, 나이, 빈부를 넘어 같은 몸을 받아먹는 한 식구지요. 우리가 누리는 영육의 모든 것이 서로 한 몸을 이루라고 안배하신 주님의 선물임을 깨닫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생명의 빵을 모시는 우리가 생명의 빵이 될 때 복음 속 빵의 기적이 비로소 지금 여기, 세상 곳곳에서 완성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
"아멘."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