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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사제 성화의 날) / 오상선 신부님 ~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제1독서

<내 마음이 미어진다.>
▥ 호세아 예언서의 말씀입니다.11,1.3-4.8ㅁ-9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1 “이스라엘이 아이였을 때에
나는 그를 사랑하여 나의 그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3 내가 에프라임에게 걸음마를 가르쳐 주고 내 팔로 안아 주었지만
그들은 내가 자기들의 병을 고쳐 준 줄을 알지 못하였다.
4 나는 인정의 끈으로, 사랑의 줄로 그들을 끌어당겼으며
젖먹이처럼 들어 올려 볼을 비비고 몸을 굽혀 먹여 주었다.
8 내 마음이 미어지고 연민이 북받쳐 오른다.
9 나는 타오르는 내 분노대로 행동하지 않고
에프라임을 다시는 멸망시키지 않으리라.
나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다.
나는 네 가운데에 있는 ‘거룩한 이’
분노를 터뜨리며 너에게 다가가지 않으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3,8-12.14-19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8 모든 성도들 가운데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나에게 은총을 주시어,
그리스도의 헤아릴 수 없는 풍요를 다른 민족들에게 전하고,
9 과거의 모든 시대에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 안에 감추어져 있던
그 신비의 계획이 어떠한 것인지 모든 사람에게 밝혀 주게 하셨습니다.
10 그리하여 이제는 하늘에 있는 권세와 권력들에게도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의 매우 다양한 지혜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1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루신 영원한 계획에 따른 것입니다.
12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에 대한 믿음으로,
확신을 가지고 하느님께 담대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14 이 때문에, 나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15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종족이 아버지에게서 이름을 받습니다.
16 아버지께서 당신의 풍성한 영광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여러분의 내적 인간이 당신 힘으로 굳세어지게 하시고,
17 여러분의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마음 안에 사시게 하시며,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을 기초로 삼게 하시기를 빕니다.
18 그리하여 여러분이 모든 성도와 함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 깨닫는 능력을 지니고,
19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이렇게 하여 여러분이 하느님의 온갖 충만하심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빕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9,31-37
31 그날은 준비일이었고 이튿날 안식일은 큰 축일이었으므로,
유다인들은 안식일에 시신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지 않게 하려고,
십자가에 못 박힌 이들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시신을 치우게 하라고 빌라도에게 요청하였다.
32 그리하여 군사들이 가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33 예수님께 가서는 이미 숨지신 것을 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대신,
34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35 이는 직접 본 사람이 증언하는 것이므로 그의 증언은 참되다.
그리고 그는 여러분이 믿도록 자기가 진실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36 “그의 뼈가 하나도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하신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37 또 다른 성경 구절은
“그들은 자기들이 찌른 이를 바라볼 것이다.” 하고 말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는 예수님의 뜨거운 사랑의 심장으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영성체송)

그분이 곧 생명의 물이십니다.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며 사랑과 정의와 진리에 굶주리고 목말라 하는 우리 인간의 실존을 예수님 친히 겪으셨고 또 친히 살아내셨지요. 우리의 갈증을 아시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외치십니다.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4)

복음은 우리를 예수님 죽음의 슬픈 장면으로 데리고 갑니다. 이미 숨을 거두신 그분께서 한 번 더 날카로운 창으로 헤집어지는 처참한 순간입니다.

그런데 상처로 벌어진 그분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고 복음사가가 증언합니다. 세상을 향해 벌어진 옆구리의 상처는 주님의 또 다른 입술입니다. 예수님의 실제 입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발설되었다면, 이제 옆구리의 열린 입(상처)에서는 새로운 이스라엘이라는 교회가 발설됩니다. 피와 물은 교회를 지탱하는 성령과 교회의 지향인 영원한 생명입니다.

제1독서는 이스라엘을 향한 하느님의 애끓는 뜨거운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인정의 끈으로, 사랑의 줄로 그들을 끌어당겼으며, 젖먹이처럼 들어 올려 볼을 비비고, 몸을 굽혀 먹여 주었다."(호세 11,4)

사랑의 예언서인 호세아서의 이 대목은 아버지요 신랑이신 주님의 모습을 모성적인 사랑의 행위들로 표현합니다. 창조 때 사람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며 입맞춤하셨던 하느님께서, 당신이 선택하신 백성에게 마치 어머니가 아기에게 애정을 퍼붓듯 사랑을 표현하십니다. 창조 때부터 내내 인간을 향해온 그분의 입맞춤은 연민의 사랑이 응축된 그분 심장에서 흘러나옵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에페소 교회 신도들이 예수님의 그 사랑을 깨닫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모든 성도와 함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 깨닫는 능력을 지니고,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에페 3,18-19)

세상의 눈에 예수님은 실패자에 불과합니다. 설교와 기적으로 반짝하고 사라진 이상주의자나 망상가로 보일 수도 있지요. 당신 상처로(입으로) 피와 물을 다 쏟아내시어 세상을 정화하고 성화한 사랑을 깨닫는 은총은 주님에게서 옵니다.

예수님의 중심인 심장, 사랑으로 펄펄 끓는 그분 심장을 열렬히 갈망하며 지치지 않고 달아드는 이에게 그분은 당신 상처(입)을 활짝 열어젖히십니다. 그리고 피와 물의 근원인 심장을 드러내 주시지요. 그분 심장에 가닿으려면 그 아프고 슬픈 상처를 관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너희는 기뻐하며 구원의 샘에서 물을 길으리라."(화답송)

그럼에도 우리는 기뻐하며 주님의 심장으로 달려갑니다. 그곳은 우리의 의혹과 불안과 두려움의 갈증을 씻어줄 구원의 샘입니다. 예수님 심장인 구원의 샘에는 하느님의 신비의 계획이 감추어져 있습니다.(에페 3,9 참조) 우리는 거기서 그 사랑의 신비에 뿌리를 내리고, 사랑을 기초로 삼아 살아가라고 불리웠습니다.(에페 3,17 참조)

 

사랑하는 벗님! 십자가에서 당신 존재를 활짝 열어 불결한 우리에게 입맞춤을 허락하신 예수님께 다가가 사랑으로 친구합시다. 그분 심장에 머물러 그분께 위로를 드리고, 우리를 향해 펄떡이며 끓어 오르는 열렬하고 애틋한 사랑을 들여마시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시다. 아울러 사제 성화의 날을 맞아 저를 포함해 모든 사제들이 거룩함의 여정에 지치지 않고 충실하기를 함께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랑의 불가마이신 예수 성심,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