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7주간 수요일 (루카 11,1-4)
복음 <주님,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1-4 1 예수님께서 어떤 곳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그분께서 기도를 마치시자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3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4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하느님의 거룩함과 다스림이 실현되는 나라 오늘은 ‘주님의 기도’ 가운데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11,2)라는 구절을 묵상해 보겠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친밀함과 신뢰와 자애로우심을 불러일으키는 ‘아빠’(Abba)라는 호칭으로 시작합니다(11,1). 이 고백에는 비참한 인간을 자녀로 삼아주신 하느님의 은혜와 축복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주님의 자녀로 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자녀로서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11,2) 하고 기도하라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속적인 것과 구별되는 힘과 신비와 존엄성을 갖추신 거룩하신 분이시며, 몸소 거룩하게 하십니다. 이 세상을 구원하고 인간을 행복으로 이끄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기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해 거룩하게 되도록 청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이름이 우리 안에서 거룩하게 되도록 청하는 것입니다.”(치프리아누스) 아버지의 거룩한 이름은 나와 형제자매들 안에서, 그리고 이 세상과 피조물을 통하여 드러나야겠지요.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1,45)고 하시는 주님 말씀 따라 매순간 아버지의 거룩함을 알아차리고 그 안에 머물며, 모든 것에 앞서 주님의 뜻을 실행해야겠습니다. 이것이 개인의 성화, 공동체의 성화, 세상의 성화로 가는 길입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묵상했듯이 거룩함은 “하느님의 무한하고 영원한 지식이 우리 안에서 밝게 빛나 당신의 은혜가 얼마나 넓고 당신의 약속이 얼마나 길며 위엄은 얼마나 높고 판단은 얼마나 깊은지 깨닫는 것”('주님의 기도' 묵상, 3)을 말합니다. 조건없이 건네고 나누는 사랑과 너그러움, 온화한 미소와 배려, 타자의 아픔과 고통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 차별과 불평등이 없는 상태, 세속적이고 탐욕적인 것과 구별되는 성령의 선물을 지니는 것을 말하지요. 다음으로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11,2) 하고 기도하라 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어떤 공간이 아니라 품위를 갖고 권능을 갖춘 ‘하느님의 다스림’이며, “그곳에는 당신께 대한 또렷한 바라봄이 있고 당신께 대한 완전한 사랑이 있고 당신과의 복된 사귐이 있으며 당신의 영원한 누림이 있습니다.”('주님의 기도' 묵상, 4)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한국사회는 과연 정말 행복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의 선과 자비와 정의는 짓밟히고 국민의 주권을 짓밟는 권력집단에 의한 진실은폐와 언론통제와 조작, 정경유착에 의한 부정부패, 빈부격차의 심화 속에 존엄한 인간이 설 자리는 사라져가는 암울한 현실이라고들 합니다. 우리 모두 예수님을 통하여 이미 우리에게 다가온 하느님의 사랑의 다스림, 정의의 다스림이 이 땅에서 실현되길 간절히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리스도 친히 하느님의 나라이므로 그분이 오시기를 청합니다. 우리는 하늘나라에서 제외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계속해서 기도와 간청을 바쳐야 합니다.”(치프리아누스) 예수님께서는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마태 25,34) 하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나라는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가 되도록 우리 자신부터 회개하고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연대해야겠습니다. 이 땅에 진정 아버지의 거룩함이 드러나고, 그분의 사랑과 권능이 드러나 인간다운 세상이 되길 갈망하며 온마음으로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오늘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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