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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제 27주간 금요일 / 기경호 신부님 ~

연중 27주 금요일/ 루카 11,15-26


복음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15-26
그때에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셨는데, 군중 15 가운데 몇 사람은,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고 말하였다. 16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다.
17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18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그런데도 너희는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 말한다.
19 내가 만일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는 말이냐? 그러니 바로 그들이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20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21 힘센 자가 완전히 무장하고 자기 저택을 지키면 그의 재산은 안전하다. 22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 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
23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24 더러운 영이 사람에게서 나가면, 쉴 데를 찾아 물 없는 곳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때에 그는 ‘내가 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한다.
25 그러고는 가서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26 그러면 다시 나와,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끝이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11,20)





선을 이루시는 하느님의 능력


우리는 매일 거의 전 영역에서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삶의 모습을 접합니다. 인간의 나약함과 죄성(罪性) 때문이라고 하며 무심코 지나쳐버리기에는 비정상의 일상화는 ‘벙어리 마귀’의 모습처럼 우리 삶을 파고듭니다.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시자 군중 가운데 몇이 이교도의 잡신인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서 마귀를 쫓아낸 것이 아니냐고 트집을 잡으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보이라고 요구합니다(11,15-16). 예수님께서는 나라가 분열되면 가정도 망하듯이 사탄 왕국도 분열되면 망하는 법이니 베엘제불의 힘을 빌어 마귀를 쫓아낸 것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11,20) 하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손가락’은 하느님의 능력을 뜻하는데 마태오복음에서는 ‘하느님의 영으로’(12,28)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능력을 지니신 예언자임을 선언하신 것입니다.

오늘날의 마귀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하느님의 선과 사랑과 진리가 드러나는 것을 가로막고, 하느님이 창조하신 보시기에 좋은 세상, 인간다운 세상, 인간 해방을 거스르는 온갖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인간의 실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하느님의 영이 아니라 탐욕에 사로잡힌 얼빠진 영혼, 더러운 영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러한 비정상적인 실체들을 이기실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계십니다.

벙어리 마귀에 들렸다는 것은 더러운 영에 들려서 하느님의 자비와 선과 해방의 언어와 담을 쌓는 상태를 말합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어떤 소리를 들어도 자신 밖의 타자와 소통이 되지 못하고 삶을 나누지도 못하는 ‘자기 폐쇄 상태’에 머물게 됩니다. 그것은 스스로 자신을 우상화하는 태도입니다. 이는 예수님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능력을 믿지 않고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결과입니다.

우리 삶의 현주소는 어디입니까? 예수님께서는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버리는 자다.”(11,23)라고 말씀하시며 경고하십니다. 예수님과 더러운 영 사이에 어정쩡한 중립지대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실현하시는 해방의 표지 앞에서 인간은 그분과 함께함으로써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거나 예수님을 거슬러 자신을 단죄하게 됩니다. 따라서 신앙인들은 매순간 분명한 선택과 결단을 해야 합니다. 이 도전 앞에서 깨어 있지 않다면 하느님의 자녀라는 이름 아래 가면극을 펼치는 어리석고 불쌍한 존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함께 하고 주님의 영을 갈망하며 오직 그분을 소유하려 할 때 더러운 영은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떠나간 더러운 영은 집요해서 조금만 틈을 보여도 우리의 영혼에 다시 파고듭니다(11,24-26 참조). 오늘날 우리는 정치권력과 자본가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구조적인 악의 실상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창조주 하느님의 공동의 집이 인간의 탐욕과 집착이라는 더러운 영에 물들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려면 늘 그 모든 악의 실체를 무너뜨리고도 남는 능력 자체이신 예수님께 나의 의식과 행동의 방향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분과의 일치 안에서 온갖 병적이고 비정상적인 영적 마비 증세를 가져오는 탐욕과 자기중심중의, 무관심과 무감각, 부정적인 언어, 선입견과 편견, 차별의 흐름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이 전보다 더 참담하게 될 것입니다(11,26).

오늘도 나는 과연 예수님과 함께하는 분명한 선택과 결단을 하며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이 사회와 공동체 안에 보이지 않게 자리 잡은 온갖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걸림돌들이 무엇인지 살펴 하느님 나라를 실현해나가도록 힘썼으면 합니다. 주님 저를 당신 사랑의 타오르는 불꽃으로 사로잡으시어 당신만으로 만족하게 하소서! 아멘.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