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제 33주간 수요일 / 기경호 신부님 ~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 묵시 4,1-11 /루카 19,11ㄴ-28 )


제1독서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또 앞으로 오실 분!>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 4,1-11
나 요한이 1 보니 하늘에 문이 하나 열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들었던 그 목소리, 곧 나팔 소리같이 울리며 나에게 말하던 그 목소리가, “이리 올라오너라. 이다음에 일어나야 할 일들을 너에게 보여 주겠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2 나는 곧바로 성령께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하늘에는 또 어좌 하나가 놓여 있고 그 어좌에는 어떤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3 거기에 앉아 계신 분은 벽옥과 홍옥같이 보이셨고, 어좌 둘레에는 취옥같이 보이는 무지개가 있었습니다.
4 그 어좌 둘레에는 또 다른 어좌 스물네 개가 있는데, 거기에는 흰옷을 입고 머리에 금관을 쓴 원로 스물네 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5 그 어좌에서는 번개와 요란한 소리와 천둥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어좌 앞에서는 일곱 횃불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일곱 영이십니다. 6 또 그 어좌 앞에는 수정처럼 보이는 유리 바다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좌 한가운데와 그 둘레에는 앞뒤로 눈이 가득 달린 네 생물이 있었습니다. 7 첫째 생물은 사자 같고 둘째 생물은 황소 같았으며, 셋째 생물은 얼굴이 사람 같고 넷째 생물은 날아가는 독수리 같았습니다.
8 그 네 생물은 저마다 날개를 여섯 개씩 가졌는데, 사방으로 또 안으로 눈이 가득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밤낮 쉬지 않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또 앞으로 오실 분!”
9 어좌에 앉아 계시며 영원무궁토록 살아 계신 그분께 생물들이 영광과 영예와 감사를 드릴 때마다, 10 스물네 원로는 어좌에 앉아 계신 분 앞에 엎드려, 영원무궁토록 살아 계신 그분께 경배하였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의 금관을 어좌 앞에 던지며 외쳤습니다. 11 “주님, 저희의 하느님, 주님은 영광과 영예와 권능을 받기에 합당한 분이십니다. 주님께서는 만물을 창조하셨고, 주님의 뜻에 따라 만물이 생겨나고 창조되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9,11ㄴ-28
그때에 11 예수님께서는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신 데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2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13 그래서 그는 종 열 사람을 불러 열 미나를 나누어 주며,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 하고 그들에게 일렀다. 14 그런데 그 나라 백성은 그를 미워하고 있었으므로 사절을 뒤따라 보내어, ‘저희는 이 사람이 저희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게 하였다.
15 그러나 그는 왕권을 받고 돌아와, 자기가 돈을 준 종들이 벌이를 얼마나 하였는지 알아볼 생각으로 그들을 불러오라고 분부하였다.
16 첫째 종이 들어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7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18 그다음에 둘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만들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9 주인은 그에게도 일렀다. ‘너도 다섯 고을을 다스려라.’
20 그런데 다른 종은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21 주인님께서 냉혹하신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22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내가 냉혹한 사람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23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되찾았을 것이다.’ 24 그러고 나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일렀다. ‘저자에게서 그 한 미나를 빼앗아 열 미나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
25 ─ 그러자 그들이 주인에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이는 열 미나나 가지고 있습니다.’ ─
26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27 그리고 내가 저희들의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은 그 원수들을 이리 끌어다가, 내 앞에서 처형하여라.’”
28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앞장서서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가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루카 19,26)


 
변화를 추구하는 주님의 청지기


오늘의 독서와 복음 말씀은 다가올 하느님 나라와 종말을 맞이하는 신앙인들의 삶의 태도에 대하여 말해줍니다. 어떻게 하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과 세상 종말을 잘 준비할 수 있을까요?


먼저 나에게 있는 것들이 모두 주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임을 아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하느님께서는 온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모든 것의 주인이신 분으로서, 모든 것은 그분으로부터 왔습니다(묵시 4,11). 우리는 주님의 청지기에 지나지 않음을 인정하며 착각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주님의 주도권을 인정함으로써 주님을 온 존재로 찬미하는 가난한 자가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모든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 나에게 헤아릴 수 없는 선물을 주셨고 지금도 주고 계심을 상기해야겠습니다. 그분은 나에게 생명을 주셨고 세례의 은총으로 죄를 용서해주시고 당신 자녀로 삼아주셨으며, 시간과 필요한 재물과 사람들을 주셨으며, 나에게 나만의 특성과 능력을 주셨지요.


하느님 자비의 손길을 느낀다면 불평불만 대신 그분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겠지요. 고통과 시련 중에도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신앙으로 받아들이며, 자긍심을 갖고 자신의 좋은 점을 보며 기쁘게 살 것입니다. 주님의 은총과 사랑은 내가 겪는 시련과 번민을 이겨내고도 남음이 있음을 믿어야겠지요.


끝으로 우리를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주신 선물들을 잘 관리해나가야겠습니다. 또한 주님의 청지기답게 모든 사물과 사람을 소중히 여겼으면 합니다. 특히 미소한 것과 심지어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조차도 하느님 사랑의 손길을 발견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가진 것 없고 보잘것없는 사람, 죄 중에 있는 사람 그 누구도 하느님의 얼을 지니지 않는 사람은 없고, 모든 순간은 하느님의 씨앗을 품고 있는 까닭이지요!


우리 모두 종말을 사는 사람답게 지금 나의 처지를 받아들이면서 언제 어디서든 온힘을 다하여 충실하게 임해야겠습니다. 게으름과 무사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주님께서 주신 선물을 키워나갔으면 합니다. 하느님 안에서 늘 변화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청지기의 자세이지요.


변화란 하느님께로 얼굴을 돌리는 것입니다. 곧,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과 세속적인 유치한 원리를 버리고, 받기보다는 주는데서 기쁨을 찾고, 듣기보다는 말하기 좋아하는 습성을 버리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되돌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이지요. 기쁘게 형제자매들과 삶을 나누고, 지니고 있는 능력과 시간과 재화 모두를 형제들과 나눌 때 금화 하나를 열 개로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주님께서 주신 금화에 감사드리고, 그것을 관리하는 청지기임을 올바로 인식하여 사소한 것까지도 소중히 여기며, 나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하느님께 얼굴을 돌리는 변화의 삶을 살아가도록 힘써야겠습니다. 또한 주님께서 주신 모든 것을 되돌리고 나눔으로써 다가오는 하느님 나라를 잘 맞이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할 때 더 많은 것을 받게 되겠지만, 변화를 거부하고 나누지 않는다면 가진 것마저 모두 빼앗길 것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