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연중 33주 금요일/ 루카 19,45-48 제1독서 <나는 작은 두루마리를 받아 삼켰습니다.>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 10,8-11 하늘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나 요한에게 8 말하였습니다. “가서 바다와 땅을 디디고 서 있는 그 천사의 손에 펼쳐진 두루마리를 받아라.” 9 그래서 내가 그 천사에게 가서 작은 두루마리를 달라고 하자, 그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이것을 받아 삼켜라. 이것이 네 배를 쓰리게 하겠지만 입에는 꿀같이 달 것이다.” 10 그래서 나는 그 천사의 손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받아 삼켰습니다. 과연 그것이 입에는 꿀같이 달았지만 먹고 나니 배가 쓰렸습니다. 11 그때에, “너는 많은 백성과 민족과 언어와 임금들에 관하여 다시 예언해야 한다.” 하는 소리가 나에게 들려왔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는 하느님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9,45-48 그때에 45 예수님께서 성전에 들어가시어 물건을 파는 이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시며, 46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47 예수님께서는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셨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았다. 48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도를 찾지 못하였다. 온 백성이 그분의 말씀을 듣느라고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독선과 차별과 불의의 벽을 허물고 회개하지 않는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눈물 흘리신 예수님께서는 예언자처럼 성전에 들어가십니다. 성전은 하느님 백성의 삶의 중심지이지요. 그분께서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시자마자 성전 자체이신 자신을 온전히 드러냄으로써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성전은 더 이상 하느님의 집이라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신앙의 이름으로 합리화 한 이스라엘의 사회구조 전반을 보여주었습니다. 성전은 이방인의 뜰, 여인의 뜰, 이스라엘의 뜰, 제사장의 뜰로 나뉘어 서로를 분리하고 출입에 제한을 두는 분리와 차별의 장소였습니다. 하느님의 뜻보다는 인간의 권위와 신분이 우선시 되어 평등한 삶을 살 수 없었던 것입니다. ㅍ 또한 성전에는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이 우글거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종교 지도자들을 위시한 힘 있는 사람들이 성전을 장악하고 사람들의 경제생활과 정치생활을 좌우하고 있었으며 그 모든 부당한 일을 종교의 가면으로 정당화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성전은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 삶 전반이 탐욕과 집단적 이기주의의 모순과 불평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기도하는 집인 성전이 ‘강도의 소굴’로 변해 있었던 것입니다(19,46).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정화하심으로써 거짓된 종교관과 독선과 배타심과 탐욕이 낳은 뒤틀린 경제적, 정치적 기반을 바로 세우려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곳이 성전인데도 여전히 성전은 건물과 장소에 국한하여 바라보는 시각이 있지요. 그러나 하느님께서 거처하시는 우리 각자가 성전이요 성령의 궁전입니다.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세상의 한복판이 성전입니다.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이 드러나는 곳이 바로 성전이지요. 따라서 성전 정화는 건물 청소에 한정되지 않으며 예수님의 일만은 아니겠지요. 성전정화는 개인 차원, 교회 차원, 사회 차원에서 하느님을 담아내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우리 안에 있는 차별, 배타심, 독선과 탐욕, 이기심과 같은 벽을 허물어버려야겠지요. 인간이 만들어놓은 신분제도, 계층적 분리를 절대화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삶의 성전은 모든 사람에게 자유와 생명을 안겨 줄 정의로운 정치적 또는 경제적 구조를 산출하는 자유로운 종교를 생활화 하는 것으로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폐쇄적 태도를 버리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린 성전이 되어야겠지요. 주님의 성전인 우리도 미움, 분노, 교만, 이기심, 세상재물에 대한 애착과 탐욕, 허영, 사치, 무관심과 냉대, 차별 등 사람들을 분리시키는 일체의 것들을 청산함으로써 스스로 정화해야겠습니다. 하느님과 무관한 과거의 관습이나 사고방식, 지나친 이상 추구, 과거 감정에 대한 집착, 독선 등에서 벗어나야겠지요. 오늘도 나 자신과 이 사회가 독선과 차별을 버리고 사랑으로 서로의 고통과 슬픔과 기쁨을 나누며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성전이 되었으면 합니다. 거짓 권력의 횡포와 부패,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 불의와 핍박에 과감히 맞서는 정의의 실천을 통하여 이 세상이 참으로 주님께서 거처하시는 성전이 되도록 힘써야겠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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