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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연신부님의 글

~ 주님 공현전 금요일 / 조명연 신부님 ~

2025년 1월 3일 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작년에 새영세자 첫 고해성사가 생각납니다. 세례받은 뒤 한 달이 지났을 때, 보통 첫 고백을 합니다. 열 분 넘는 분을 1시간에 걸쳐 고해소에서 만났습니다. 수녀님께서 잘 준비시켰는지 자기 죄를 성실하게 고백하셨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신앙생활 하신 분들도 의무감에 억지로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이런 고백에는 당연히 어떤 감동도 없고 그냥 무미건조한 대화로 성사에 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새영세자들은 달랐습니다. 긴장이 묻어나는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해성사를 모두 마치고 수녀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신부님께서 고해성사를 잘 주셨나 봐요?”

 

“왜요?”

 

“고해소에서 나오는 분들이 다들 눈물을 훔치면서 나와서요.”

 

수녀님의 이 말씀이 오랫동안 제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고해소에서 특별한 훈화를 한 것도 아니고, 신앙적으로 꾸짖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성사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눈물에, 저는 성사 잘 주는 신부가 되었습니다. 고해성사 잘 주는 신부는 고해성사를 잘 준비한 신자가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진심을 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해성사의 은총이 사제인 저에게도 옮겨졌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연결됩니다. 나의 진심이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곧 주님과 우리의 관계도 이렇게 연결됨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진심이 주님과도 연결됩니다. 주님이 좋으신 분임을, 사랑 그 자체인 분임을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진심을 담는 삶을 살지 못합니다. 거짓된 삶, 가식적인 삶, 위선의 삶을 통해 주님과도 연결되지 못하고, 나의 이웃들과도 연결되지 못하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은 철저하게 주님과 연결된 삶을 사셨습니다. 진심을 담아 주님을 세상에 증거하는 삶으로 주님과 우리의 연결을 도와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도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에 대해 증언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이시고,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증언하는 그의 힘찬 목소리가 지금 이 자리에도 울려 퍼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렇지 못한 우리 자신을 반성합니다.

 

진심을 담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삶이 아닌, 진심을 담아 주님과 연결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세례자 요한처럼 세상과 주님이 연결될 수 있도록 주님을 증언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모든 위대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보라. 그들이 걸어온 길은 고난과 자기희생의 길이었다.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사람만이 위대해질 수 있는 법이다(G.E. 레싱).

 

사진설명: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