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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연신부님의 글

~ 주님 공현 대축일 / 조명연 신부님 ~

2025년 1월 5일 주님 공현 대축일

 

 

월요일 새벽 미사가 끝나면 미사에 온 아이들과 라면을 끓여 먹습니다. 처음에는 미사에 오는 아이들이 복사 외에 없었지만, 이제는 꽤 많은 아이가 새벽의 어둠을 뚫고 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라면 먹는 즐거움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탁구를 하기도 하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목청껏 부르기도 합니다. 또 몇몇은 숨바꼭질을 하며 놀기도 합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 친구들과 많이 놀았습니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더 자고 싶어도 억지로 일어나 성당에 갔습니다. 솔직히 미사 자체는 재미없었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은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이제야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었음을 깨닫습니다. 즉, 당시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제게 주어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고, 그런 기회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 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렇게 50대를 사는 제가 어렸을 때 놀던 놀이의 순수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영원할 것 같은 그 순간도 또 기회가 무한하다는 생각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지금 삶이 영원하리라 생각하면서 순간의 만족만을 추구하는 우리가 아닐까요? 그렇게 살다가는 이 모든 것이 후회로 남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지금 주님 뜻에 맞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는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빛이신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날인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주님을 경배하기 위해 먼 곳에서 주님의 별을 보고 예물을 가지고 경배하러 온 동방 박사들을 묵상하게 됩니다. 그들의 여행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늘의 별에 의지해서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 가는 여정은 힘들기도 하지만 정말로 위험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자신을 드러내 보이시는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백성의 수석 사제들, 율법학자들은 어떠했습니까? 동방 박사들을 통해 메시아 탄생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곳이 유다 베들레헴인 것을 알았지만, 그들은 경배하러 가지 않습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편하고 쉬운 것들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께 황금, 유향, 몰약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봉헌합니다. 그러나 헤로데 임금과 종교 지도자들은 아무것도 봉헌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기가 얻을 것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당신 자신을 드러내신 주님께 무엇을 봉헌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주님을 만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행복한 지금이 아닌, 후회만 가득한 지금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의 명언: 인생을 즐겨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호라티우스).

 

사진설명: 주님 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