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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 송영진 신부님 ~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강론>(2025. 1. 10. 금)(루카 5,12-16)

 

복음

<곧 그의 나병이 가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12-16
12 예수님께서 어느 한 고을에 계실 때, 온몸에 나병이 걸린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이렇게 청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13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그러자 곧 나병이 가셨다.
14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에게 분부하시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하셨다.
15 그래도 예수님의 소문은 점점 더 퍼져,
많은 군중이 말씀도 듣고 병도 고치려고 모여 왔다.
16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수님은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느 한 고을에 계실 때, 온몸에 나병이 걸린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이렇게 청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곧 나병이 가셨다.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에게 분부하시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하셨다.

그래도 예수님의 소문은 점점 더 퍼져, 많은 군중이 말씀도

듣고 병도 고치려고 모여 왔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루카 5,12-16).”

 

1) ‘깨끗하게 하다.’ 라는 말은, 다음 말씀들에 연결됩니다.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

그분께서 죄를 깨끗이 없애신 다음, 하늘 높은 곳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히브 1,3).”

“염소와 황소의 피, 그리고 더러워진 사람들에게 뿌리는

암송아지의 재가 그들을 거룩하게 하여 그 몸을 깨끗하게

한다면, 하물며 영원한 영을 통하여 흠 없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신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죽음의

행실에서 얼마나 더 깨끗하게 하여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섬기게 할 수 있겠습니까?(히브 9,13-14)”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어,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해방하시고 또 깨끗하게 하시며,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당신 소유의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티토 2,14).”

메시아 예수님은 인간들을 ‘깨끗하게’ 하려고 오신 분입니다.

인간이 처음부터 깨끗하지 않은 존재였던 것은 아닙니다.

원래는 깨끗했는데,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죽음이 세상을

지배하면서(로마 5,12), 더럽혀진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인간들을 깨끗하게 하려고

오신 분”이라는 말은, “예수님은 인간들을 원래의 상태로

원상복구하려고 오신 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2) 예수님 덕분에 깨끗해진 사람들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보라, 내가 곧 간다. 나의 상도 가져가서 각 사람에게

자기 행실대로 갚아 주겠다.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빠는 이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는 권한을 받고,

성문을 지나 그 도성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묵시 22,12-14).”

그러나 깨끗해지지 않은 사람들은 그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고 멸망을 당하게 됩니다.

“비겁한 자들과 불충한 자들, 역겨운 것으로 자신을

더럽히는 자들과 살인자들과 불륜을 저지르는 자들,

마술쟁이들과 우상 숭배자들, 그리고 모든 거짓말쟁이들이

차지할 몫은 불과 유황이 타오르는 못뿐이다.

이것이 두 번째 죽음이다(묵시 21,8).”

 

3)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은, 예수님께서 인간을 원래의 상태로

원상복구하는 권한과 권능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을

믿는다는 신앙고백이기도 하고,

깨끗하게 해 달라는(병을 고쳐 달라는) 간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고자 하시면’이라는 말은, 그 병자가 아직

예수님의 자비를 모르고 있고, 예수님의 자비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안 믿는 것이 아니라, 모르고 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신앙은, 예수님의 권능과 권한에 대한 믿음과

자비에 대한 믿음을 모두 합한 것입니다.

만일에 예수님의 권능과 권한은 믿지만 자비를 안 믿는다면,

예수님을 두려워하기만 할 것입니다.

반대로 예수님의 자비는 믿지만 권능과 권한을 안 믿는다면,

예수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더라도, 그것은 신앙이 아닙니다.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라는 말은

예수님의 자비를 나타내고, “깨끗하게 되어라.” 라는

말씀은 권능과 권한을 나타낸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4)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라는 말씀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말씀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를 원문대로 직역하면 ‘나는 원한다.’인데,

이 말씀은, 예수님은 우리가 깨끗해지기를 원하고

청하기도 전에 당신이 먼저 그것을 원하시고,

그 은총을 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말씀입니다.

<구원받기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예수님께서 나보다 먼저,

또 나보다 더 간절하게 ‘나의 구원’을 원하십니다.

“예수님은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는 분”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세상에 오신 일 자체가 당신이 원해서 하신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 때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도 제가 있는 곳에

저와 함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 창조 이전부터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시어 저에게 주신 영광을

그들도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요한 17,24).”

<이 말씀에서 두 번이나 사용된 ‘바랍니다.’ 라는 말은,

‘나는 원한다.’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나는 깨끗했던 원래 상태로

원상복구 되기를 원하고 있는가? 나는 정말로 나 자신의

구원을 원하고 있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