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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 조재형 신부님 ~

 

제1독서

<일어나 예수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며 세례를 받고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22,3-16
그 무렵 바오로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3 “나는 유다 사람입니다.
킬리키아의 타르수스에서 태어났지만 이 도성 예루살렘에서 자랐고,
가말리엘 문하에서 조상 전래의 엄격한 율법에 따라 교육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여러분이 모두 그렇듯이
나도 하느님을 열성으로 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4 또 신자들을 죽일 작정으로 이 새로운 길을 박해하여,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포박하고 감옥에 넣었습니다.
5 대사제와 온 원로단도 나에 관하여 증언해 줄 수 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서 동포들에게 가는 서한까지 받아 다마스쿠스로 갔습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끌고 와
처벌을 받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6 그런데 내가 길을 떠나 정오쯤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큰 빛이 번쩍이며 내 둘레를 비추었습니다.
7 나는 바닥에 엎어졌습니다.
그리고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하고
나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8 내가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하고 여쭙자,
그분께서 나에게 이르셨습니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자렛 사람 예수다.’
9 나와 함께 있던 이들은 빛은 보았지만,
나에게 말씀하시는 분의 소리는 듣지 못하였습니다.
10 ‘주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내가 여쭈었더니,
주님께서 나에게 이르셨습니다. ‘일어나 다마스쿠스로 들어가거라.
장차 네가 하도록 결정되어 있는 모든 일에 관하여
거기에서 누가 너에게 일러 줄 것이다.’
11 나는 그 눈부신 빛 때문에 앞을 볼 수가 없어,
나와 함께 가던 이들의 손에 이끌려 다마스쿠스로 들어갔습니다.
12 거기에는 하나니아스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율법에 따라 사는 독실한 사람으로,
그곳에 사는 모든 유다인에게 좋은 평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13 그가 나를 찾아와 앞에 서서,
‘사울 형제, 눈을 뜨십시오.’ 하고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그 순간 나는 눈을 뜨고 그를 보게 되었습니다.
14 그때에 하나니아스가 말하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선택하시어,
그분의 뜻을 깨닫고 의로우신 분을 뵙고
또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게 하셨습니다.
15 당신이 보고 들은 것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그분의 증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16 그러니 이제 무엇을 망설입니까?
일어나 그분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며 세례를 받고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5-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열한 제자에게 나타나시어 15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16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17 믿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표징들이 따를 것이다.
곧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18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미국에서 사제가 된 신부님이 이런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신학생 때 교구장님과 대화할 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 신학생이 교구장님께 이렇게 질문했다고 합니다. “주교님, 신학교의 규칙을 완화하면 더 많은 신학생이 사제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주교님께서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교구장님이 이렇게 말하였다고 합니다. “열 사람의 불성실한 사제는 교회를 병들게 합니다. 열 사람의 교만한 사제는 공동체에 깊은 상처를 줍니다. 열 사람의 욕심 많은 사제는 교회를 분열시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의 불성실과 교만 그리고 욕심을 비난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도 그들의 가르침은 따르지만, 그들의 행동은 본받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성실한 사제는 교회를 성장시킵니다. 한 사람의 겸손한 사제는 공동체에 큰 위로를 줍니다. 한 사람의 청빈한 사제는 교회를 그리스도와 일치하게 합니다.” 그러자 신학생은 규칙을 잘 지키는 신학생이 되었다고 합니다. 기업에서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여러 상품이 아닙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특정한 상품이 매출을 선도합니다.

 

사목자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는 완벽한 카리스마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사목자입니다. 열정이 있고, 아는 것이 많고, 능력이 뛰어난 사목자입니다. 신자들은 그런 사목자를 만나면 뛰어난 선장을 만난 것처럼 편안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칫 그런 사목자와 함께하면 신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비전은 있지만 모든 것을 함께 상의하는 사목자입니다. 일의 진행이 조금 늦을 수는 있지만 신자들이 함께 참여하며 복음을 전하는 기쁨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신자들과 함께하고 역할을 분담하기에 사제는 쉽게 지치지 않고, 기도하는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습니다. 함께 하기에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에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셋째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의존형의 사목자입니다. 선장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목자입니다. 책임은 지지 않지만, 성과도 얻기 힘이 듭니다. 좋은 협력자를 만나면 좋지만, 의견이 갈리면 공동체가 갈등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음을 알아야 합니다. 사목자는 외로운 등대처럼 때론 고독과 고통을 감수해야 함을 알아야 합니다. 파수꾼은 홀로 깨어서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신앙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첫째는 모든 것을 자신이 주도하려 하는 신앙인입니다. 옆에 있는 사람의 의견을 잘 듣지 않습니다.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옳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과정의 중요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일의 성과를 먼저 생각합니다. 결단력이 있고, 추진력이 있지만 자칫 주위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둘째는 비전은 있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끝까지 청취하는 신앙인입니다. 이런 분들이 레지오를 하면 단원이 늘어나고, 늘어나는 단원 때문에 프레시디움을 나누기도 합니다. 물가에 심어진 나무가 싱싱한 것처럼 주변에 늘 사람이 함께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것의 소중함을 먼저 생각합니다.

 

셋째는 비판적인 신앙인입니다. 자기 눈의 들보는 잘 보지 못하면서 상대방의 허물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편입니다. 본당 단합대회를 산으로 가자고 하면 바다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고, 바다로 가자고 하면 산으로 가자고 하는 편입니다. 많은 사람의 의견으로 결정된 것에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입니다. 교회가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별도로 지내는 것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발현으로 이루어진 그의 회심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바오로 사도는 많은 이방인의 눈을 뜨게 하여 그들을 어둠에서 빛으로, 사탄의 세력에서 하느님께 돌아서게 하였습니다. 이방인을 위한 바오로 사도의 열정과 헌신은 사도행전과 바오로 사도의 서간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돌을 빵으로 만들어 보라는 유혹, 높은 데서 뛰어내려 보라는 유혹, 권력에 대한 유혹은 2000년 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자본과 재물에 대한 유혹은 오늘을 사는 신앙인에게도 똑같이 다가옵니다. 세상과 타협하려는 유혹은 오늘을 사는 신앙인에게도 똑같이 다가옵니다. 권력이라는 우상을 섬기려는 유혹은 오늘을 사는 신앙인에게도 똑같이 다가옵니다.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지내면서 내 안에 있는 나태함과 교만을 끊어내면 좋겠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지내면서 주님께 대한 열정이 뜨겁게 타오르도록 청하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그에게 보여 주겠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