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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제 5주간 화요일 / 기경호 신부님 ~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마르 7,8)

 

 

2월 11일 (녹) 연중 제5주간 화요일

 

제1독서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의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1,20―2,4ㄱ
20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물에는 생물이 우글거리고, 새들은 땅 위 하늘 궁창 아래를 날아다녀라.”
21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큰 용들과 물에서 우글거리며 움직이는 온갖 생물들을 제 종류대로,
또 날아다니는 온갖 새들을 제 종류대로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22 하느님께서 이들에게 복을 내리며 말씀하셨다.
“번식하고 번성하여 바닷물을 가득 채워라.
새들도 땅 위에서 번성하여라.”
23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닷샛날이 지났다.
24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땅은 생물을 제 종류대로,
곧 집짐승과 기어다니는 것과 들짐승을 제 종류대로 내어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25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들짐승을 제 종류대로, 집짐승을 제 종류대로,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온갖 것을 제 종류대로 만드셨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26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
27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28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복을 내리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
29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제 내가 온 땅 위에서 씨를 맺는 모든 풀과 씨 있는 모든 과일나무를 너희에게 준다.
이것이 너희의 양식이 될 것이다.
30 땅의 모든 짐승과 하늘의 모든 새와
땅을 기어다니는 모든 생물에게는
온갖 푸른 풀을 양식으로 준다.”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31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엿샛날이 지났다.
2,1 이렇게 하늘과 땅과 그 안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2 하느님께서는 하시던 일을 이렛날에 다 이루셨다.
그분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
3 하느님께서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여 만드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그날에 쉬셨기 때문이다.
4 하늘과 땅이 창조될 때 그 생성은 이러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7,1-13
그때에 1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 몇 사람이
예수님께 몰려왔다가,
2 그분의 제자 몇 사람이 더러운 손으로,
곧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다.
3 본디 바리사이뿐만 아니라 모든 유다인은 조상들의 전통을 지켜,
한 움큼의 물로 손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으며,
4 장터에서 돌아온 뒤에 몸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이 밖에도 지켜야 할 관습이 많은데,
잔이나 단지나 놋그릇이나 침상을 씻는 일들이다.
5 그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사야가 너희 위선자들을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7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8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9 또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너희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저버린다.
10 모세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리고 ‘아버지나 어머니를 욕하는 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11 그런데 너희는 누가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제가 드릴 공양은 코르반, 곧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입니다.’
하고 말하면 된다고 한다.
12 그러면서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 드리지 못하게 한다.
13 너희는 이렇게 너희가 전하는 전통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폐기하는 것이다.
너희는 이런 짓들을 많이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작은형제회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의 말씀나눔

 

사랑으로 써가는 내 삶의 법 ♣

 

오늘 복음에 나오는 씻는 인습에 관한 논쟁(1-7절)과 코르반 인습에 관한 말씀(9-13절)은 유대인들과 그리스도교인 사이에 있었던 충돌을 반영해 주고 있다.

여기서 그리스도교인의 삶과 율법뿐 아니라 조상들의 전통에 따라 사는 유대인들의 삶의 상이한 단면을 알 수 있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이런 상황을 상기시키면서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는 예수의 가르침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모세오경에 나오는 인간이 지켜야 할 도덕적인 윤리규범들을 삶을 위해 해석하고 적용해 왔다. 그런데 기원전 4-5세기 전부터 율법학자들이 등장하여 이런 도덕적 원칙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대하여 해석하고, 실생활에 세목별로 적용하고, 정의를 내리고 수많은 규칙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구전되어오다가 서기 3세기에 이르러 집약해서 기술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율법에 따르면 오늘 복음의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어야 하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손 씻는 것은 종교의식행위로 해야 하는데 초점이 있었다. “모든 식사 전에 손을 씻어야 하고, 요리가 바뀔 때마다 손을 씻어야 하며, 씻는 물을 특별히 큰 동항아리에 넣어 두어야 하며, 그 물은 정결 예식 외에 달리 쓰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 손을 처음 씻을 때에는 양손은 손가락을 위로 향하게 하고, 그 위에다 달걀 껍질 하나 반 정도의 물을 부어 손목까지 흘러내리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양손이 젖어있는 동안 양손 각각을 주걱으로 문지른 다음에, 손과 손가락 끝을 아래로 하고 물을 손목에서 손끝까지 흘러내리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 앞에 부정하며 악령이 침범하고 가난해지며 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형식보다 사람을 위하는 삶의 속살을 중요시하셨다.

‘크르반’은 히브리어로, 유대교인이 물품을 하느님께 바쳐 속인(俗人)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서약문을 말한다. 그런데 부모와 사이가 나쁘면 코르반 서원문을 이용하여 부모 봉양을 저버리는 수가 있었다. 종교를 빙자하여 인륜을 짓밟는 짓이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인간을 위한 법(2,27), 십계명 가운데 인간에 관한 계명(10,19), 하느님을 섬기고 사람을 아끼라는 사랑의 이중계명(12,28-34)을 강조하셨다. 그분은 율법의 근본정신인 사랑에서 벗어나 재물을 사람보다 더 귀하게 여겨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다.

바리사이들은 약속된 구원의 도래를 앞당기기 위해서 율법뿐 아니라 조상들의 전통까지도 철저히 지키도록 백성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세심한 사람들은 복잡한 규칙을 엄수하느라고 하느님의 중요한 계명을 망각하거나 소홀히 하는 위험과 세칙을 엄수함으로써 자만에 빠지거나 교만해지는 위험도 없지 않았다(마태 23,23 참조).

 

이런 모습은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에게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곧 외적 형식과 규범 준수에만 몰두하여 성경 말씀의 실천에는 소홀하거나, 규범을 잘 지키고 있으니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자만하는 이들도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을 마음의 지향이요 순수한 마음으로 혼신을 다해 사랑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마음과 행동의 불일치, 그리고 하느님의 계명 대신에 인습만을 고수하고 있는 잘못을 지적하셨다. 곧 하느님 계명의 엄수를 핑계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도 형식주의나 법규준수에 얽매이지 말고 그 속살인 법의 정신과 진실하고 순수한 사랑의 마음으로 하느님과 인간을 사랑하도록 하자!

 

법에 끌려가는 사람이 되지 말고 사랑의 삶으로 향기로운 법을 써가는 우리가 되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