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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연중 제 5주간 금요일 -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 정인준 신부님 ~


2월 14일 금요일 (백)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제1독서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것이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3,1-8
1 뱀은 주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간교하였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
2 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는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 3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하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4 그러자 뱀이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5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6 여자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슬기롭게 해 줄 것처럼 탐스러웠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 7 그러자 그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
8 그들은 주 하느님께서 저녁 산들바람 속에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과 그 아내는 주 하느님 앞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31-37
그때에 31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32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34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35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36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37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정인준 파트리치오 신부의 강론말씀 

 

“에페타!” 곧 “열려라!”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고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라고 하지요?

우리는 가끔씩 이런 경험을 합니다.


사람들에게 이 근처에 문방구가 어디에 있지? 하고 물으면 이웃은 친절하게
건물 옆에 있는 그 장소를 가르쳐 줍니다.

그러면 그 거리는 수 없이 다녔는데 문방구를 못 본 것입니다.
그래서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가 보면 이웃이 말한대로 그곳에 문방구가 있는 것입니다.

평소에 관심이 없으니까 아니면 먼 큰 문방구를 다니던 버릇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문방구를 못 보는 것입니다.

듣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관심도 없고 더더군다나 흥미도 없으면 내 이웃이 말하는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때로는 짜증나게 하는 소리롤 들릴 수 있지요.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나는 내 이웃에게 칭찬 듣기를 원하고 때로는
나를 대단한 주인공이 되는 줄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이 부족한 자신을 위해서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고 나에게 이로운 소리는
귀에 거슬린다.'라는 말이 있는 것인가 봅니다.

가끔씩 매스컴을 통해서 '억대 사기를 당했다.' 또 내 이웃이 '어리석게 속아서
있는 돈을 다 날렸다.' 라는 마음 아픈 소리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사기나 속임수의 시작은 '내가 듣고 싶은 소리'에
걸려 넘어 간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 꿈이 있고 소망이 있습니다. 그것은 고달픈 삶, 실망스러운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며 아름다운 것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을 벗어나서 지나친 욕심에 빠지다 보면 그야말로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혹하는 마음으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하느님께서 당부하신 '동산에 있는 어떤 열매도 따 먹어도 되지만 한 가운데에 있는
열매만큼을 따먹지 마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뱀은 슬쩍 말을 바꾸어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창세 3,1)라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이간질 질문을 합니다.

하와는 그 속임수에 걸려 넘어트리려는 속셈도 모르고 “우리는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하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2-3절)라고 잘난 체 하며 가르치려고 듭니다.

그것은 뱀이 이미 계산하고 덫을 놓았는데 말이지요.
뱀의 속셈과 하와의 어리석음이 결국 유혹의 올가미에 걸려들게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잘난 체 하거나 상대방을 가르치려고 달려들면
달콤한 유혹의 독이 스며들게 되어 있지요.

그 틈새로 뱀은 하느님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이간질을 해대기 시작합니다.
하느님 말씀을 의심하게 하며 하와를 교만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창세기 저자는 이런 인간의 심리를 투박한 낙원의 이야기를 통해서 깊이 있게
또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뱀은 이번에는 소리 대신 시각적으로 하와를 꼬드깁니다.
저자는 이 사실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지요.


"여자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슬기롭게 해 줄 것처럼 탐스러웠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6절)

예수님께서 한번은 갈릴래아 호숫가로 오셨습니다.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
하나를 예수님께 데리고 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십니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한 숨을 쉬시며 '에페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그 환자는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기 시작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제각기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이 치유된 것을 보고 감탄하지요.

우리는 벙어리도 아니고 귀머거리도 아닙니다. 그런데 내 이웃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하지도 못하고 내 감정에서 떠나 객관적으로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와를 꼬드기고 부추기던 뱀이 우리의 삶의 틈새를 그냥 둘 리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열매를 두고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먹어도 된다.”(창세 2,2)라고
말씀하셨지요.

간교한 뱀은 하와에게 묻기를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창세 3,1)라고 살짝 바꾸어 놓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느님을 ‘거짓말쟁이’로 인간과 이간질 시키는 뱀의 간교함을
피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사람은 일반적으로 혀가 있어도 바르게 말하지 못하고 심술스러운,
또 질투를 발라서 다르게 말합니다.

귀가 있어도 자기 좋은 소리만 듣고 싶으니 올바른 소리가 귀에 들어오겠어요?
다 ‘짜증나는 소리’이고 ‘잔소리’가 되고 마는 것이지요.

우리 한국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있지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요.

우리는 이웃이 잘되는 꼴을 못 본다고 해서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배가 아픈 것은 못 참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예수님께서 나의 부족함을 치유해 주셔야 제대로 보고 들을 수 있지요.
내 안이 주님으로 채워져야 사랑과 정의의 말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웃이 잘 되면 함께 기쁨을 나누고 이웃이 아파하면

위로와 기도를 함께 해 주는 주님의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만이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지요.

오늘 하루를 지내며 ‘좋게 생각하고 좋게 말하자!’의 의미를

삶으로 옮기는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부족하지만 용기를 내어 주님을 따르며 그렇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