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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연중 제 5주간 금요일 /성 치릴로 수도자와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 송영진 신부님 ~

<연중 제5주간 금요일 강론>(2025. 2. 14. 금)(마르 7,31-37)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복음

<예수님께서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7,31-37
그때에 31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32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34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35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36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37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주님의 말씀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의 복음강론

 

『못 듣는 것은 죄가 아니고, 안 듣는 것이 죄입니다.』

1) 이 이야기는, “예수님은 고장 난 세상을 고쳐서 원상복구하시는 메시아” 라는 증언입니다.

37절의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를 원문대로 번역하면 “저분은 모든 것을 좋게 하신다.”인데,

이 말은 창세기 1장에 반복해서 나오는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에서 온 말이고, “예수님은 새로운 창조자”,

또는 “예수님은 창조 질서를 회복하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는 이사야서 35장 5절,

“그때에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에서 온 말이고,

“예수님은 메시아” 라는 증언입니다. 이 증언은 다음 말씀에 연결됩니다.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듣는 것을 전하여라.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마태 11,4ㄴ-6).”

메시아 시대는 모든 것이 완전해지는 시대입니다.

<모든 것이 완전했던 에덴동산이 원래대로 복구되는 시대.>

2) 예수님께서 다른 장애자를 고쳐 주실 때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동작을 하면서 장애자를 고쳐 주신 것은,

아직 믿음이 없는 그에게 믿음을 심어 주기 위해서,

또 그가 듣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배려로 ‘눈에 보이는 동작’을 사용하신 것으로 해석됩니다.

 

‘에파타!(열려라!)’는 ‘주님의 명령’입니다.

이 명령은 ‘몸’을 치료하는 단순한 말씀이 아니라 그의 영혼을 구원하시는 말씀입니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고통의 억압에 짓눌려 있는 사람의 영혼을 해방시켜 주는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 한 번으로 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듣고, 올바르게 말하는 것은 그 사람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몸의 장애를 고치는 일은 이루어졌지만, 영혼 구원의 완성은 아직 미완성 상태이고,

그 완성은 그 사람 자신이 끝까지 노력해야 할 숙제입니다.

3) 장애 때문에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들을 수 있는데도 듣지 않고, 말할 수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것은 죄입니다.

신앙인은 ‘하느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복음’을 잘 듣고 실천하고 증언하고 선포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복음에 대해서는, “침묵은 금이다.” 라는 격언은 맞지 않습니다.

‘말씀’과 ‘복음’을 전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은 죄입니다.

선을 선이라고 말해야 할 때, 또 악을 악이라고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도 역시 죄입니다.

 

침묵도 죄이지만, 들으면 안 되는 ‘악한 말’만 듣는 것,

그리고 그 말을 퍼뜨리는 것은 더 큰 죄입니다.

요즘 인터넷을 통해서 가짜 뉴스와 악한 말들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자들은 하느님의 일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사탄의 일꾼들’입니다.>

4)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와가 뱀의 간계에 속아 넘어간 것처럼,

여러분도 생각이 미혹되어 그리스도를 향한 성실하고 순수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사실 어떤 사람이 와서 우리가 선포한 예수님과 다른 예수님을 선포하는데도,

여러분이 받은 적이 없는 다른 영을 받게 하는데도,

여러분이 받아들인 적이 없는 다른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는데도,

여러분이 잘도 참아 주니 말입니다(2코린 11,3-4).”

 

<오늘날에도 자기 마음대로 성경을 해석하고, 교리를 왜곡하고,

예수님의 가르침들을 변질시켜서 사람들을 홀리고,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자들이 있습니다.

교회 밖의 사이비 종교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도 그런 자들이 있어서 신앙인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거짓 사도들에게 속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그러한 자들은 그리스도의 사도로 위장한 거짓 사도이며 사람을 속이려고 일하는 자들입니다.

그러나 놀랄 일이 아닙니다. 사탄도 빛의 천사로 위장합니다.

그러니 사탄의 일꾼들이 의로움의 일꾼처럼 위장한다 하여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들의 종말은 그들의 행실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2코린 11,13-15).”

 

자신들의 잘못된 신념과 사고방식을 ‘진리’인 것처럼 퍼뜨리는 자들에게 속지 않으려면

더욱더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말씀 안에서, 말씀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말씀’을 잘 들어야 하고, 들었으면 그대로 말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에파타!(열려라!)” 라는 명령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열어라!” 라는 명령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