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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5주간 금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연중 제5주간 금요일

창세기 3,1-8    마르코 7,31-37

 

하느님께서는 멋지고 아름답고 풍성한 에덴동산을 만들어 사람에게 선물로 주며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시면서 이렇게 명령하셨다고 우리는 그저께 독서에서 들었습니다. 본문은 이렇습니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창세 2,16-17)

 

이것이 팩트입니다.

그런데 유혹자인 뱀은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

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창세 3,1)

유혹자는 팩트와 정반대되는 거짓진술로 유혹을 시작합니다.

반박할 걸 알면서 일부러 넌지시 거짓을 흘리는 거죠.

 

아니나 다를까, 이에 여자는 그건 아니라고 하면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는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하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어.”(창세 3,2-3)

 

이 말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맞는 말 같으면서도 뭔가 좀 이상합니다. 거짓진술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팩트를 조금 왜곡확장시키고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따먹지 마라'를 '먹지 마라'로 바꾸고, '만지지도 마라'는 없던 말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이 틈새를 비집고 뱀은 날카롭게 달콤한 말로 여자를 유혹합니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아.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여. 따 먹어도 괜찮어.”(창세 3,4-5 참조)

 

사실 하느님은 단순히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창세 3,17)라고만

하셨을 뿐인데 말입니다.

 

요즘 뉴스의 대세가 소위 '팩트 체크' 입니다. 워낙 팩트로 포장한 가짜 뉴스가 세인들의 눈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워낙 진짜와 유사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정말 눈여겨 보지 않으면

어리숙하고 단순한 사람들은 그게 사실인 양 믿게 되지요.

 

팩트 체크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인류의 죄악의 뿌리요 원천이 된 선조들이 범한 원죄의 실체가

바로 이런 가짜뉴스의 전파자인 뱀의 간교한 유혹에 빠진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여러분은 귀가 엷은 편입니까? 누가 하는 말을 쉽게 잘 믿는 편이지요.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 그렇지요. 벗님들도 착한 사람들이니 그럴거라 믿어요.

"난 절대로 안 믿어~" 하며 살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신앙인으로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 원죄 기사의 가르침은

"하느님 말씀을 더 정확히 알아듣고 실행하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대충 알아듣고 임의로 해석하고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해하려고 해서는 큰 오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육신에 달콤한 것이 영에는 독이 되고, 육신에 쓴 것이 영에 약이 된다."

는 사실을 명심해야 되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데도 같은 원칙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

고 하지요. 정확하게 알아듣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소위 '말 전달하기 게임'을 해 보면 처음에 했던 사람의 말이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얼마나 황당하게

달라질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실상 우리의 경험도 이를 잘 확인해 주지요.

나는 이렇게 말했는데, 나중에 이상한 말로 변질되어 돌아오는 황당한 경험을 벗님도 해 보셨지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듣지 못하고 그래서 말도 잘하지 못하는 농아인을 아주 자상한 방법으로 치유해

주십니다. 사실 남의 말을 듣지 못하고 그래서 말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 외로 힘든 고통입니다.

수많은 지체 장애인들 중에 농아인들은 다른 지체장애인들에 비해 일상생활에 있어 일반인과 다름없어

보이기에 그들의 소통부재가 얼마나 큰 고통인지 상대적으로 약하게 평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그 어려움을 깊이 아시고 자상하고도 따뜻하게 그를 치유시켜 주심으로써 잘 알아듣고

잘 말할 수 있도록 해 주십니다. 어떻게 보면 하느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그래서 잘 전달하지도

못하는 우리, 다른 사람의 말을 정성껏 경청하지 않아서 대충 알아듣고 가짜 뉴스를 확산시키는

우리가 바로 오늘 복음의 그 환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니 "에파타, 열려라!" 하시며 치유해 주신 주님께서 우리의 귀와 입을 열어주시도록

청해야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먼저 우리의 마음을 성령께 열어주시도록 청해야겠습니다.

 

자, 준비 되셨나요? 주님께서 벗님에게 말씀하십니다. "에파타, 열려라!" 귀가 뚫렸지요?

잘 들리지요? 이제 하느님 말씀을 더 잘 알아듣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말씀(복음)을 더 잘하는

벗님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아멘.

 

작은형제회 오상선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