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연중 제5주간 수요일
제1독서 <주 하느님께서 사람을 데려다 에덴 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돌보게 하셨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2,4ㄴ-9.15-17 5 땅에는 아직 들의 덤불이 하나도 없고, 아직 들풀 한 포기도 돋아나지 않았다. 주 하느님께서 땅에 비를 내리지 않으셨고, 흙을 일굴 사람도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6 그런데 땅에서 안개가 솟아올라 땅거죽을 모두 적셨다. 7 그때에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8 주 하느님께서는 동쪽에 있는 에덴에 동산 하나를 꾸미시어, 당신께서 빚으신 사람을 거기에 두셨다. 9 주 하느님께서는 보기에 탐스럽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를 흙에서 자라게 하시고, 동산 한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셨다. 15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데려다 에덴 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 16 그리고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에게 이렇게 명령하셨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17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7,14-23 그때에 14 예수님께서 군중을 가까이 불러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15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16) 17 예수님께서 군중을 떠나 집에 들어가시자, 제자들이 그 비유의 뜻을 물었다. 18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너희도 그토록 깨닫지 못하느냐? 밖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그를 더럽힐 수 없다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느냐? 19 그것이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배 속으로 들어갔다가 뒷간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고 밝히신 것이다. 20 또 이어서 말씀하셨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21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22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23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알라반의 말씀사랑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멋지게 창조하시고나서 당신이 극진히 사랑하시어 당신 모상대로 만드신 사람에게 그것을 선물로 주십니다. 창세기 저자는 그것을 '에덴 동산'이라 부르는데, 사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곧 에덴 동산일 겁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데려다 에덴 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창세 2,15) 그런데, 에덴 동산으로 데려가시어 먹고 마시고 즐기라 하시지 않고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우리 누이인 지구"(프란치스코 교황)는 하느님이 우리 모두에게 주신 선물이고, 이 선물을 잘 일구고 돌보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직무입니다. 지구를 마음대로 착취하고 유린하라는 뜻이 아니지요. 물론 그것을 일구고 돌보면서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100가지 중 99가지를 다 우리 손에 넘겨주셨습니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창세 2,16)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창세 2,17) 그냥 몽땅 다 주시지 않고 한 가지를 남겨두신 까닭은, 그렇게 되면 피조물인 우리가 마치 창조자인 것처럼 행세할 오만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 주신 하느님의 배려라고 봐야겠지요. 따 먹는 것은 착취하는 것, 내 것으로 취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것을 내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지요. 우리 모두의 "공동의 집인 지구"가 이렇게 황폐화된 원인이 사실 바로 그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결국 지구는 멸망하고 우리 모두는 죽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이미 세상 창조의 순간부터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습니다."(창세 2,7) 모든 사람은 이렇게 하느님의 숨이 영과 육 안으로 들어와 살게 된 존재입니다. 가장 처음에, 가장 참되고 가장 선하며 가장 아름다운 숨결이 우리 몸 밖에서 우리 코와 입을 거쳐 몸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 "나"가 된 것입니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단죄와 심판의 잣대를 사람 밖에서 찾으려 했다면, 예수님은 그 원인이 사람 안에 있음을 통찰하셨습니다.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 7,23) 그렇다면 예수님이 거론하신 악의 정체들 -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 - 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수많은 성현과 신학자들이 악의 원인에 대해 고심했 왔지만, 악의 존재는 그리 간단하고 만만한 주제가 아니어서 오죽하면 '악은 신비'라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창세기 첫 장에서도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창세 1,2)고 했습니다. 세상 창조 이전, 태초인 한처음에 이미 어둠이 하느님의 영과 함께 존재했다는 반증입니다. 사람 안에 잠재되어 있는 어둠이 활성화되어 사람 밖으로 표출되면 그것이 이웃과 세상을 오염시키고 상처 입히고 파괴하는 죄악이 됩니다. "악은 선의 부재, 결핍"이라고 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씀도 함께 기억해 봅니다. 그러나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마르 7,15)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음식이나 동물, 사물, 특정 현상이나 날들의 불결하고 속됨이 인간을 불결하고 속되게 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하나도"라는 부사를 써서 강하게 부정하시기까지 합니다. 창조 이야기에서 보았듯이 모든 피조물은 창조 질서와 조화 안에서 모두 소중하며 저마다 고귀한 존재 이유가 있기에 그렇습니다. 사람과 민족에게 닥치는 영육의 질병과 고통, 사고, 죽음의 탓을 더 이상 외부로 돌리지 말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서로를 구분하고 단죄하는 분열을 낳을 뿐이니까요. "그것이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배 속으로 들어갔다가 뒷간으로 나가기 때문이다."(마르 7,19) 마음속과 뱃속! 우리 안에 있으면서도 아주 다른 실재입니다. 하나는 눈에 보이고 하나는 보이지 않고... 하나는 육의 바탕이 되고 하나는 영의 바탕이 되는 장소입니다. 요나 이야기가 언뜻 떠오릅니다. 요나 이야기에서 물고기의 '뱃속'이 요나를 죽음으로 내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요나의 '마음속' 생각이 그를 죽음의 위기로 내 몰았습니다. 마음속이 밝아지면 생명을 얻습니다. 이때 비로소 "영은 생명"(요한 6,63)을 가져다 줍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우리 마음밭을 잘 일구고 돌보아야 하겠습니다. 육신을 가꾸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데 그것이 사실 우리의 에덴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 마음이 곧 에덴이 될 수도 있고, 잘못 가꾸고 아무렇게 굴리면 죽음의 늪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령의 궁전'이 되기도 하고 '악령의 소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령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린 에덴동산이 될 수도 있고, 뱀의 유혹 앞에 탐욕과 교만 덩어리들이 판을 치며 악취를 풍기는 연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막는 법은 없습니다." (갈라 5,22-23) 그러나 이 마음 안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마르 7,21-22)도 흘러 나옵니다. 우리 인간 육신은 자정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섭취하는 모든 것을 다 받아들여 좋은 것만 가려 에너지로 삼고, 나머지는 배설합니다. 먹은 것이 완전연소가 되지 않고 노폐물이 쌓일 때 건강의 적신호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 밭에도 좋고 나쁜 것 모두가 일단 들어옵니다. 좋은 것은 우리 영혼을 살찌우는 에너지가 되고 나쁜 것은 다 흘려 보내야 합니다. 노폐물로 마음 한켠에 남겨두게 되면 그것이 결국 우리 영혼을 병들게 만듭니다. 이건 육체에 암이 걸린 것보다 더 심각한 병이 됩니다. 오늘 우리 서로의 영육간의 건강을 빌어줍시다. 영육간에 건강하소서. 아멘. ▶ 작은형제회 오상선 바오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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