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식사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테이블 끝에 있는 소금 통을 건네줄 수 있니?”라고 말하자, 아들은 곧바로 “그럼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그냥 자기 식사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왜 소금 통을 주지 않니?”라고 다시 말했습니다. 아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합니다.
“아버지가 소금 통을 건네줄 수 있는지 물어서 저는 줄 수 있다고 대답했죠. 소금 통을 달라고는 하지 않으셨잖아요.”
‘소금 통을 건네줄 수 있니?’라는 질문이 그냥 질문 자체로 끝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 안에서는 소금을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말 그대로만 받아들여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하신 모든 말씀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 안에는 “사랑하라”는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말 그대로만 받아들이고 실제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입으로는 계속해서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행동은 자기 욕심과 이기심 채우는 데만 급급하다면 주님을 제대로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듣기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이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갖게 됩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주님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주님의 탄생에 대한 예고를 기념하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예수님 잉태 소식을 듣게 되지요. 그때 얼마나 놀라고 두려우셨을까요? 우선 하느님의 천사를 직접 보는 사람은 곧바로 죽는다는 당시의 생각도 떠올려졌을 테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를 갖게 된다는 것도 공개적으로 돌에 맞아 죽게 됨을 예상할 수 있게 됩니다.
모두 죽음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로 큰 두려움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4)의 가브리엘 천사의 말에, 곧바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느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대답이었습니다. 모든 상황이 자기를 힘들게 할 것임이 분명하지만, 하느님을 사랑하시기에 하느님의 일에 함께하기로 결심하신 것입니다. 사랑의 마음이 굳은 믿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사랑의 마음을 간직해야 합니다. 더는 입으로만 말하는 사랑이 아니라 또 남의 사랑만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천하는 사랑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커지면서 하느님의 일을 세상에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삶에서 원하는 무언가가 있을 때 그것이 당신을 살아 있게 만든다(에바 그린).
사진설명: 주님탄생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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