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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글

~ 사순 제 4주일 / 상지종 신부님 ~

사순 제4주일.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습니다

아버지가 있으니 두 아들이 있습니다

두 아들이 있으니 아버지입니다

 

작은 아들이 살아계신 아버지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자기에게 돌아올 몫을 요구합니다

아버지는 작은 아들에게 기꺼이 줍니다

 

작은 아들은 자기 몫을 요구함으로써

살아계신 아버지와 관계를 끊습니다

아버지는 작은 아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작은 아들과 관계를 이어갑니다

 

큰 아들은 살아계신 아버지께

무슨 이유인지 아무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큰 아들에게도 나눠줍니다

 

두 아들에게 가산을 나누어 주었으니

아버지에게 남아 있는 것은

오직 두 아들 뿐입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마냥 행복합니다

두 아들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아들은 자기 몫을 챙겨

살아계신 아버지를 떠납니다

더 이상 아버지와 함께 하지 않습니다.

작은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제 아버지가 아닙니다

 

아버지는 집 나간 작은 아들을

마음에 애틋하게 품고 있습니다

따로 있어도 작은 아들과 함께 합니다

아버지에게 작은 아들은 늘 그렇게 아들입니다

 

큰 아들은 자기 몫을 챙기지도

살아계신 아버지를 떠나지도 않습니다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의 일을 함께합니다

큰 아들에게 아버지의 일은 아버지의 일일 따름입니다

 

아버지는 곁에 있는 큰 아들이

너무나도 믿음직스럽고 든든합니다

아버지는 큰 아들에게 자신의 일을 맡깁니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일은 곧 큰 아들의 일입니다

 

아버지에게 큰 아들은 늘 그렇듯 아들입니다

큰 아들의 아버지이기에 아버지는 행복합니다

큰 아들에게 아버지는 일을 맡기는 주인입니다

주인의 종이기에 큰 아들은 무언가 못마땅합니다

 

모든 것을 탕진한 작은 아들이 돌아옵니다

작은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

아버지는 마냥 기쁘고 좋습니다

 

작은 아들은 주인의 종이 되겠다지만

아버지는 늘 그렇게 아들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작은 아들을 위한 잔치를 베풉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온 작은 아들이니

잃었다가 되찾은 작은 아들이니

작은 아들의 생일잔치입니다

 

아버지의 아들이기보다

주인의 종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던

큰 아들은 못마땅합니다

염치없이 돌아온 동생 아닌 동생도

마냥 마음 좋은 아버지 아닌 아버지도

이들이 벌이는 잔치도

 

큰 아들이 드디어 화를 냅니다

이미 두 아들에게 모든 것을 나눠주어

이제는 아무 것도 갖지 않은

달랑 두 아들의 아버지일 뿐인

바로 그 아버지에게

 

이미 아버지의 모든 것을 가진

큰 아들이 뒤늦게 화를 냅니다

 

종의 주인이 아닌 아들의 아버지께

아버지의 아들이 아닌 주인의 종으로서

자기 몫을 달라고 윽박지릅니다

 

아들과 늘 함께하던 아버지는

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않던 아들에게

더 이상 줄 것이 없습니다

 

나의 것이 아들의 것인 아버지는

나의 것은 없고 아버지의 것만 있다고 여기는

아들에게 이미 모든 것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마음이 아픕니다

자기 몫을 모두 탕진한 작은 아들보다

자기 몫을 깨닫지 못하는 큰 아들 때문에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란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 되찾았단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하지 않겠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가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을 주셨고

이제 우리가 당신이 되어

이제 우리가 당신이 하셨듯이

이제 우리를 모든 이에게 주기를 바라십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