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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성 주간 수요일 / 이수철 신부님 ~

성주간 수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한결같이 충실한 삶

“주님의 종”

 

 

 

이런저런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오늘 옛 현자의 지혜도 좋은 가르침이 됩니다. 하느님이 이상이라면 돈은 현실입니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믿음의 삶에 충실함이 우선임을 봅니다.

 

 

 

“돈을 필요 이상으로 쌓다가는 돈에게 사로 잡힐 수 있다. 진정 돈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작은 일상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다산>

“사람은 재물 때문에 죽고, 새는 먹이 때문에 죽는다.”<명심보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은돈 서른 닢에 내주기로 한 유다의 배신은 우리에게 좋은 반면교사 역할을 합니다. 오늘은 4.16 세월호 참사 1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2014년 4월16일 수요일, 그때도 오늘과 똑같은 성주간 수요일이었습니다. 그때의 무고한 304명 희생자들에 대한 아픈 기억은 앞으로도 길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수원교구는 매해 오늘 추모미사를 봉헌하며, 오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연미사를 청하는 수원교구 어느 자매님의 새벽 카톡메시지도 받았습니다.

 

 

 

일상 곳곳 삶의 제자리에서 한결같이 충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하루하루 농사일 바쁜 중에도 충실히 신앙생활 하는 분이 엊그제 제 강론중 “난같은 당신”시가 마음 설레게 했다는 가톡 메시지에 즉시 격려의 답신도 보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자매님도

난같은 당신이지요

 

 

 

내가 사랑하는

자매님도

난같은 당신이지요”

 

 

 

사실 제 주변 일상 곳곳에도 그리스도의 향기, 존재의 향기, 겸손의 향기, 사랑의 향기를 발하며 충성스럽게 사는 신자분들이 참 많습니다. 말 한마디 천량빚을 갚는다 했습니다. 위로와 격려의 말한마디가 사람을 구하기도 합니다. 자매님의 답신입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피로가 싹 가셨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매해 5월이면 스승의 날 전후로 방문하는 옛 초등학교 제자들의 소식입니다. 올해 만60이 되는 이제 환갑을 지낸 48년전 제자들이 이번 5월에도 방문한다는 소식에 당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옥현아, 이번도 대현이 기타 들고 와서 내게 선물로 부를 필수곡은 스승의 날, 어린이날, 과수원길, 섬집아기 노래들이다!”

“넾, 선생님, 안 그래도 준비하고 있어요.ㅎㅎ”

 

 

 

선생님 앞에서는 60대 제자들도 동심의 초등학생들이 됩니다. 매해 방문하여 축하해 주기 10년이 넘은, 참 한결같이 충실한 제자들입니다. 오늘은 성주간 수요일, 제1독서는 이사야서 주님의 셋째 노래이며, 복음은 ‘유다의 예수님 배신, 최후의 만찬 준비, 제자의 배신 예고’ 세부분으로 나눠집니다. 유혹에 넘어간 유다는 수석 사제들에게 은돈 서른 닢을 받고 예수님을 넘길 적당한 기회를 노립니다.

 

 

 

예수님의 무력한 처지가 참 쓸쓸하고 슬퍼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최후 만찬, 파스카 축제를 지냅니다. 과거를 회상하며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미래의 희망을 북돋우는 파스카 축제는 그대로 미사전례를 닮았습니다. 하느님 중심의 항구한 삶에 매일의 파스카 축제 미사 보다 도움이 되는 수행은 없을 것입니다. 파스카 축제의 식탁에서 주님은 예고하십니다. 오늘의 우리를 향한 말씀처럼 들립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의 배신의 가능성입니다. 일상에서 불충不忠함으로 내심 예수님을 배신하거나 배반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하루하루 날마다 변절, 변심, 변덕없이 한결같이 주님과 형제들을 섬기는 삶에 항구하고 충실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어제 어느 유명 정치가의 진정성 넘치는 다음 고백에 감동했습니다.

 

 

 

“저는 행복하기 위해 정치를 합니다. 제가 잘 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행복해 하면 저도 기쁘고 행복합니다. 이웃의 기쁨과 행복이 제 기쁨과 행복이 됩니다.”

 

 

 

부끄러웠고 많이 배웠습니다. 예수님을 닮은 섬김의 착한목자들이라면 모름지기 내가 아닌 하느님 중심, 이웃 중심의 ‘섬김의 삶’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제자들 배신 예고에 저마다 주님께 묻습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늘 이 말씀 되뇌이며 일편단심 주님을 향한 충성심을 견지하시길 바랍니다. 유다를 지칭한 다음 말씀이 깊은 충격으로 마음에 와닿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예수님은 떠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다는 끝내 예수님을 팔아넘긴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래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죄에서 구해 달라는 주님께 드리는 청원이 간절하고 절실할 수 뿐이 없습니다.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유다의 물음에 예수님의 내심의 답변은 ‘맞다. 네가 배신자임을 스스로 밝혔다’일 것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항구하고 한결같은 섬김의 삶을 위해 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가 최상의 답을 줍니다. 아마도 예수님은 주님의 종 셋째 노래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늘 뚜렷이, 새롭게 했을 것입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워주시고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평생 주님의 종이자 제자들, 바로 우리의 영예스런 신원입니다. 예수님처럼, 잘 가르치기 위해 스승이자 주님이신 예수님께 하루하루 날마다 평생 잘 듣고 배워야 함이 우선입니다. 훌륭한 제자가 훌륭한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듣고, 배우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쓰는 강론입니다. 작년 9월부터 시작된, 늘 눈앞에 불암산을 볼 때 마다 다음 고백이 주님 앞에서의 제 신원 강화에 참 좋은 도움이 됩니다.

 

 

 

“산앞에

서면

늘 당신앞에

서듯

행복하다”

 

 

 

이어지는 다음 주님의 종의 확신에 넘친 고백도 예수님의 고백이자 우리의 고백이 됩니다.

 

 

 

“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누가 나에게 대적하려는가?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우리 함께 나서보자. 내게 다가와 보아라.”(이사야50,8-9참조).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에게 이런 확신을 줍니다. 여러분의 고백으로 삼으시고 오늘도 주님의 종이자 제자로서 충실히 사시기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