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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글

~ 주님 부활 대축일 / 상지종 신부님 ~

주님 부활 대축일.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오늘 늘 새로 부활입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 그분께서 갈릴래아에 계실 때에 너희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는지 기억해 보아라.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루카 24,5ㄴ-7)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오늘 예수님께서 부활하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를 부활시키십니다

 

한겨울 살을 에는 칼바람보다

매정한 사람들의 찬 기운이

서럽게 시린 날에도 봄은 오듯이

 

모든 빛 게걸스럽게 삼켜버린

세상의 막장 참혹한 십자가 딛고

따스한 생기 돋우는 부활이 옵니다

 

분노 시기 증오 탐욕 불의 폭력

온갖 추잡한 인간의 광기 어우러지던

십자가 피의 향연은 이제 늘 그렇게 끝입니다

 

아무도 막을 수 없어 영원할 것 같았던

악과 어둠과 죽음 함께 뒹구는 권력 놀음은

늘 그렇게 단 사흘 만에 힘없이 고개를 떨굽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절망과 두려움에 몸서리치던

기만과 억압과 포악의 시간이 늘 그렇게 지납니다

 

빛 자체이신 향기로운 생명은

썩는 내 진동하는 어둠 가득한 무덤에

더 이상 머물지 않습니다 늘 그렇게

 

믿음을 거스르던 배신의 돌은 이미 굴려져 있습니다

희망을 꺾던 무기력의 돌은 이미 굴려져 있습니다

사랑을 비웃던 탐욕의 돌은 이미 굴려져 있습니다

 

진실을 덮던 위선의 돌은 이미 굴려져 있습니다

온유를 집어삼키던 냉혹의 돌은 이미 굴려져 있습니다

어울림을 부수던 독선의 돌은 이미 굴려져 있습니다

 

축복을 욕하던 저주의 돌은 이미 굴려져 있습니다

섬김을 짓밟던 억압의 돌은 이미 굴려져 있습니다

살림을 거스르던 죽임의 돌은 이미 굴려져 있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오늘 예수님께서 부활하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부활하라 하십니다

 

오늘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일지라도

오늘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하기 위해서

오늘 늘 새로 우리는 부활을 살고자 합니다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믿음의 손을 내밉니다

미움의 덫을 걷고 사랑의 그물을 던집니다

절망의 늪이 아니라 희망의 땅을 걷습니다

 

경쟁의 사슬을 끊고 기꺼이 어깨동무합니다

차가운 무관심을 떨치고 더불어함께를 이룹니다

악의 달콤함 대신에 선의 힘겨움을 기쁘게 삼킵니다

 

그럴 수 없으니 부활을 입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렵니다

그럴 수 없으니 부활을 머리로 헤아리지 않으렵니다

오직 그럴 수 있으니 부활을 다만 온몸 온 마음으로 살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예수님께서 오늘 늘 새로 부활이십니다

예수님과 함께 우리도 오늘 늘 새로 부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