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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10주간 금요일 / 오상선 신부님 ~

6월 13일 연중 제10주간 금요일

 

제1독서

<주 예수님을 일으키신 분께서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일으키시어 여러분과 더불어 당신 앞에 세워 주실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4,7-15
형제 여러분, 7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
8 우리는 온갖 환난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9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습니다.
10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우리 몸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11 우리는 살아 있으면서도 늘 예수님 때문에 죽음에 넘겨집니다.
우리의 죽을 육신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12 그리하여 우리에게서는 죽음이 약동하고 여러분에게서는 생명이 약동합니다.
13 “나는 믿었다. 그러므로 말하였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와 똑같은 믿음의 영을 우리도 지니고 있으므로
“우리는 믿습니다. 그러므로 말합니다.”
14 주 예수님을 일으키신 분께서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일으키시어
여러분과 더불어 당신 앞에 세워 주시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15 이 모든 것은 다 여러분을 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은총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퍼져 나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게 하려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간음한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27-3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7 “‘간음해서는 안 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28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
29 네 오른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어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30 또 네 오른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31 ‘자기 아내를 버리는 자는
그 여자에게 이혼장을 써 주어라.’ 하신 말씀이 있다.
32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불륜을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 아내를 버리는 자는
누구나 그 여자가 간음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버림받은 여자와 혼인하는 자도 간음하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라반의  말씀사랑

오늘 복음 안의 예수님 말씀은 좀 무시무시하네요. "(눈을) 빼어 던져 버려라. ... (손을) 잘라 던져 버려라."(마태 5,29-30)

문자 그대로 따랐다가는 온 몸이 성한 사람이 드물겠다 싶습니다. 그만큼 눈이나 손은 한 존재 안에 악이 스며들 수 있는 가장 예민한 부분들이라 그렇겠지요.

먼저 오늘의 말씀을 문자적으로 묵상해 봅니다. 그러려면 우선 당시 여성의 지위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은 아버지든 남편이든 아들이든 남성의 보호 아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얼마간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그렇지 못한 여성을 보면서 음욕을 품고(눈으로 죄를 지음), 폭력으로 그녀를 취한 뒤(손으로 죄를 지음), 이혼장을 써주라고 율법이 보장하는 대로 쉽게 버릴 수 있었지요.

예수님께서는 여성이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약자여서 마음을 기울이시는 겁니다. 남성인 누군가의 욕망과 변덕으로 한 여성이 너무도 쉽게 죄악의 덫에 걸릴 수 있는 사회 구조 안에서 율법이 악용되는 사례는 비일비재 했을 겁니다.

"아내를 버리는 자는 누구나 그 여자가 간음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버림받은 여자와 혼인하는 자도 간음하는 것이다."(마태 4,32)

죄가 죄를 낳는 연결 고리가 보이십니까? 한 사람의 정욕이 한 여자를 죄로, 또 그녀를 취한 다른 이까지 죄로... 예수님께서는 결국 눈두덩이처럼 불어날 죄의 연대성을 꿰뚫어보시기에 이렇게 가르치시는 겁니다.

 

이스라엘 사람들 중 훌륭한 인격을 지닌 선량한 다수의 사람들도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 한 채 이어져 온 이 견고한 폐단을 폭로하기 위해 예수님께서 그토록 강력한 표현을 쓰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혼 논쟁 중에 예수님께서 이혼 불가를 선언하시자 제자들마저 "아내에 대한 남편의 처지가 그렇다면 혼인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마태 19,10)라고 볼멘 소리를 하는 걸 보면, 그런 풍토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파격이었는지 알 듯합니다.

오늘의 말씀을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보겠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간음"이라는 표현은 하느님께서 당신과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를 혼인관계로 설정하시고 서로의 계약에 충실하기를 바라시는 맥락에서 발생한 특유의 표현입니다. 당신 외에 다른 우상을 섬기는 행위를 배우자를 놔두고 한 눈을 파는 간음으로 여기셨기 때문입니다.

"오른 눈, 오른 손."(마태 5,29-30)
성서에서 오른편이라 할 때는 힘과 권력, 능력, 가치, 중요도 등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오른 눈이나 오른손이라는 표현도 존재 안에서 보다 중요하고 유용한 부분을 지칭하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은 자기 안에 어느 정도 내세울 만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력일 수도 있고 손재주일 수도 있고 특별한 탈렌트가 될 수도 있지요.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주신 것 중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들고 가치롭게 해주는 성향이나 특성, 심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그 부분을 통해 하느님을 찬양하고 영광을 드리며 그분과 사랑을 나누어 그분과의 결속을 더 깊고 풍요롭게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하느님과 나만의 이 귀한 사랑의 통로를 힐끗 힐끗 한눈을 파는 데 쓸 수도 있습니다. 배우자이신 하느님께 대한 충실성이 무뎌졌다면, 돈이나 명예, 건강, 가족, 자기 자신, 취미, 점궤 등 자기를 더 봐달라고 눈길을 끌며 유혹하는 대상들은 무궁무진하니까요.

 

하느님께서 당신 영광을 위해 당신을 섬기라고 주신 것으로 다른 우상을 섬기는 모습이 어쩌면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마태 5,28) 행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요?

또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재능을 활용해 얻은 성공과 성취를 마치 제 힘으로 이룬 것인 양 착각하며 자기 영광에 도취된 모습 또한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영광을 가로채는, 또다른 간음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느님 영광의 자리에 제 영광이라는 우상을 세우고 섬기는 것이니까요.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2코린 4,7)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투박하고 거칠고 별 쓸모도 없는 "질그릇"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하느님께서 주신 "보물"을 간직하고 있기에, 그만큼 귀하고 또 가능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2코린 4,7) 단, 우리가 무엇을 한다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 질서가 뒤바뀌거나 무너지면 그것이 곧 "간음"이 됩니다.

앞서 간음이 간음을 낳고, 죄가 죄를 낳는 구조에서 보았듯이, 자기 우상화든 다른 무엇을 섬기든, 우상숭배 역시 파급 효과가 매우 큽니다.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던 무수한 우상숭배가 어느 한 개인의 일탈로 끝난 적이 없다는 걸 보면 알 수 있지요.

 

사실 먼 옛 일만도 아닐 겁니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가도 옆에서 누군가 재물이나 학벌에 올인해 성공하는 걸 보면 엉덩이가 들썩이고 슬쩍 한눈도 팔아보면서 더 나은 뭐가 있을 것 같은 기대와 나만 도태되는 것 같은 불안으로 하느님과 소원해지는 경우도 곧잘 보게 되니까요.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하지만 널리 퍼져나가야 할 것은 죄가 아니라 은총입니다. "그리하여 은총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퍼져 나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게 하려는 것입니다."(2코린 4,15)

죄의 파급도 크지만, 감사하게도 은총의 파급 역시 그 힘이 엄청나지요. 그러니 예수님을 믿는 우리는 죄를 야기하는 존재가 아니라, 은총을 불러오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간음, 곧 우상숭배에서 벗어나 온 존재를 다해 진정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영혼은 죄의 고리를 끊어내고 은총의 물꼬를 분수처럼 틀어주는 존재입니다. 오른 눈과 오른손을 잘 간수하고 제대로 쓰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은총의 전파자인 벗님을 축복합니다.


▶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