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위의 일기초(日記秒) -生鮮-
천국에 생선이 있는지 없는지 미루어 짐작하라. 고래같은 대어(大魚)는 없겠지만은 돔새끼는 있을 것이다 잡다한 추한 생선은 없으면 좋겠는데......
맛이 좋든 그르든 그 신기함에 환성을 지를 것이다. 대체로 맛이 좋은게 생선이니까. 요리책이나 갔다놓고 이러쿵 저러쿵 아옹다옹이다.
물은 벌써 준비되어 있고 끄집어 내기만 하면 되는데. 이 요리(料理)쟁이는 꼼짝도 안한다. 그저 구경만 하고 춤이나 추라는 것인가......
웬만하면 이젠 구경하는 것도 싫증이 난다. 견딜려니 고역(苦役)이요 악경험(惡經驗)이다. 이만하면 지옥에 가져다 냅다 버렸으면...... |
하늘위의 일기초(日記秒) -河口-
최남단인 부상항구, 다대포(多大浦)는 낙동강(洛東江) 하구(河口)요 바다의 접촉점이다. 옛날에는 해상교통사고도 더러 있었다는데......
저쪽 저 멀리에는 일본국이 있을 것이며 안 닿던 곳이 없지 않을까? 런던도 바닷길을 해서 연맹체(聯盟體)일까요.
어디로 가든지 갈 수 있고 또 갈 수도 없다오. 북극(北極)에라도 배만 있으면 가겠다나. 추위가 혹심해서 견딜 수가 없겠구나.
하구는 꽤 복잡다단하다. 내부지밀(內部至密)에서는 고기들의 생식 때문에 바쁘고 외면표피(外面表皮)에서는 양쪽 부유물(浮遊物)들이 논다. |
하늘위의 일기초(日記秒) -냇물가 植物-
냇물가 식물은 꼭 동양(東洋)의 군자와 같다네. 움직일려고 하는데 그것은 물의 흐름 때문이다. 무엇을 믿고 있는 것인지 요량할 수도 없다네. 동양의 군자들은 유교(유교)를 선봉했는데, 요것들은 유교(儒敎)라니 턱도 없을 테니, 자기들의 뿌리나 믿는 게 아닐까.
하여튼 바다와 육지가 섞이는 공장이다. 게도 장난삼아 왕래(往來)하겠다. 여양분있는 반식(飯食)이 없나 하고 말이다.
사회계급(社會階級)이니 그런 것이 있을까...... 다들 평등해서 착취나 노예도 없을 게다. 군대조직단(軍隊組織團)이니 뭐니 하는 불필요한 것도. |
노도(怒濤)
황풍(皇風)아래 제철이 한창이다. 굳센 공간상(空間相)이지만은 그래도 일말의 서정미(抒情味)를 풍기는 것은 물이다.
직선형광경(直線形光景)에 저항(抵抗)하는 것은 약하디 약하고 형편없이 무력하기만 한 액체집단의 마지막 몸부림이다.
소금은 대지(大地)의 소금이라지 그래도 물속에 있어야만 현상유지다. 바람아 더욱 불어라. 그래야 일요일이다. |
집.2
가정이라는 것이 화평(和平)할 때는 집이 평화롭고 태평할 때. 나는 시만을 짓고 있어도 될텐데......
나는 유명한 시인으로 자처(自處)하니 건덕지도 없이 오만불손하며 그런대로 가만히 놔 주면 그만이야......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카들은 아랑곳 없이 나에게만 덤빈다.
어떻게 되는지 이건 내집이 아니야. 그러니 나도 또한 소극적일 수밖에. 조카들아 집과 나를 혼동(混同)하지 말아라. |
집.1
형님의 집은 부산시 동구 수정4동 97. 크잖고 적잖고 중류의 2층이다. 별불편이 없는 것이 탈이면 탈일까.
다소 높아서 해변항구가 뜰이나 마찬가지. 망망(茫茫)히 넓은 뜰이라서 자랑이다. 일본까지 옆집이나 다름이 없지.
나는 조카들 세놈과 사이가 좋지. 형이나 형수하고는 그렁저렁이지만. 재미도 있고 흥미롭고 귀엽기 짝이 없다.
삼촌인 나는 집도 절도 없는 쌍놈이지만, 조카들은 그런 것 따지지 않는다. 십원이 있으면 인기(人氣)를 끌텐데...... |
길.1
옛날에는 도학자(道學者)들이 있어서 죽림칠현(竹林七賢)이니 하여 소풍하였다. 강변같은 명산대처(名山大處)에서 왕초들이었다.
길이라고 어리석게 인식할 것이 아니다. 도대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 것인지 알똥말똥이다. 옆으로 길다랗다 뿐이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가기에도 꾸불꾸불 길을 따라가고, 사람은 버러지처럼 길에 밀착(密着)되었다.
닮은 것은 강이다. 상류에서 하류로 하구(河口)에서 바다로, 다르다면 고기들이 있다는 것 아닌가!
다리를 건너면 도 계속하여 길이니, 길은 이 지상의 왕초다. 해의 궤적(軌跡)조차 자리는 없다. | |
소야(小夜)
소야(小冶)는 괜히 고요스레 충일(充溢)하고, 과감하게도 일찍 일어났다. 그러나 어떤 소식(消息)이 없고 보매, 마치 조그만 섭리(攝理)가 어슴프레하다. 기차(汽車)소리 가득히 요란하고 저 기차(汽車)는 언제 서울에서 떠났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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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의 어버이께
두분 아버지 어머니 영혼은, 하느님께 인사드렸는지요? 죽은 내친구 인사 받으셨는지요?
생각컨대 어버이님은 아무런 죄 없으시고 착실하고 다투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님은 아버님보다 10년 더 넘게 오래 사셨다 가셨는데 하늘나라서 행복한 초혼(初婚) 영원히 비슷하겠군요.
그저 둘째아들 염려이실테고 요놈이 게으름뱅이 노릇 그만하고 천국(天國) 가까이나 와 주었으면 하시겠지요! |
나는 행복(幸福)합니다
나는 아주 가난해도 그래도 행복(幸福)합니다. 아내가 돈을 버니까!
늙은이 오십세살이니 부지런한 게 싫어지고 그저 드러누워서 KBS 제1FM방송의 고전음악을 듣는 것이 최고(最高)의 즐거움이오. 그래서 행복(幸福).
텔레비젼의 희극(喜劇)을 보면 되려 화가 나니 무슨 지랑병(炳)이오?
세상은 그저 웃음이래야 하는데 나에겐 내일도 없고 걱정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찌 어기겠어요?
행복은 충족입니다. 나 이상의 충족이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