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백남옥
귀 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나의 과거와 미래
행 복
나는 세계에서
아내와 찻집을 경영해서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푸른 것만이 아니다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외로움에 가슴 조일 때 삼월 사월 그리고 오월의 신록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편지
새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나무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날개 날개를 가지고 싶다. 어디론지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싶다. 왜 하나님은 사람에게 날개를 안 다셨는지 모르겠다 내같이 가난한 놈은 여행이라고는 신혼여행뿐인데 나는 어디로든지 가고 싶다 날개가 있으면 소원 성취다 하나님이여 날개를 주소서 주소서.......
광화문 근처의 행복 옛 이승만 독재와 과감하게 투쟁했던 신문사 그 신문사의 논설위원인 소설가 오상원은 나의 다정한 친구. 전화 걸면 기어코 나의 단골인 '아리랑' 다방에 찾아온 그, 모월 모일, 또 그랬더니 와서는 내 찻값을 내고 그리고 천 원짜리 두 개를 주는데--- 나는 그 때 포켓에서 이천원을 끄집어 내어 명백히 보였는데도, "귀찮아! 귀찮아!"하면서 자기 단골 맥주집으로의 길을 가던 사나이! 그 단골집은 얼마 안 떨어진 곳인데 자유당 때 휴간(休刊)당하기도 했던 신문사의 부장 지낸 양반이 경영하는 집으로 셋이서 그리고 내 마누라까지 참석케 해서 자유와 행복의 봄을--- 꽃동산을--- 이룬 적이 있었습ㄴ디다. 저와 같은 버러지에게 어찌 그런 시간이 있게 했습니까?
"크레이지 배가본드" 내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오늘은 너무 시시하다. 내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바다를 품고, 한 모금 담배를 빤다. 바다를 품고, 한 모금 물을 마신다. 우물가, 꽁초 토막......
구름 뭇사람의 눈길 이끌고 세월처럼 유유하다. 이 나그네는 바람 함께 정처없이 목적없이 천천히 통틀어 무게 없어 보이니 흰색 빛깔로 상공(上空)수놓네.
아이론 밑 와이셔츠같이 당한 그날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기쁨
인간의 삶에는 부족하지 않다. 내 형제들 셋은 부산에서 잘 살지만 형제들 신세는 딱 질색이다. 몇몇 문인들이 날 도와주고 다만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나는 가장 행복을 맛본다. 돈과 행복은 상관없다. 부자는 바늘귀를 통과해야 한다 넋
넋이 있느냐 라는 것은, 내가 있느냐 없느냐고 묻는 거나 같다. 산을 보면서 산이 없다고 하겠느냐? 나의 넋이여! 마음껏 발동해 다오. 내 몸의 모든 움직임은, 바로 내 넋의 가면이다. 비 오는 날 내가 다소 우울해지면, 그것은 즉 넋이 우울하다는 것이다. 내 넋을 전세계로 해방하여 내 넋을 넓직하게 발동케 하고 싶다
마음 마을
내 마음의 마을을 구천동(九千洞)이라 부른다. 내가 천씨요 구천(九千)만큼 복잡다단한 동네다.
비록 동네지만 경상남도보다 더 넓고 서울특별시도 될 만하고 또 아주 조그만 동네밖에 안 될 때도 있다.
뉴욕의 마천루(摩天樓)같은 고층건물이 있는가 하면 초가지붕도 있고 태고시대(太古時代)의 동굴도 있다.
이 마을 하늘에는 사시장철 새가 날아다니고 그렇지 않을 때는 흰구름이 왕창 덮인다.
이 마을 법률은 양심이 있을 뿐이고 재판소 따위로는 양심법 재판소밖에는 없다.
여러가지로 지적하려면 만자(萬字)도 모자란다 복잡하고 복잡한 이 마음 마을이여
새
저 새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내내 움직일 줄 모른다. 상처가 매우 깊은 모 양이다. 아시지의 성(聖)프란시스코는 새들에게 은총 설교를 했다지만 저 새는 그저 아프기만 한 모양이다. 수백 년 전 그날 그 벌판의 일몰(日沒)과 백야(白夜)는 오늘 이 땅 위에 눈을 내리게 하는데 눈이 내리는데......
천상병 千祥炳 (1930. 1. 29 - 1993. 4. 28) 195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 4년 중퇴. 1949년 마산중학 5학년 때, 《죽순(竹筍)》 11집에 시 《공상(空想)》 외 1편을 추천받았고, 1952년 《문예(文藝)》에 《강물》 《갈매기》 등을 추천받은 후 여러 문예지에 시와 평론 등을 발표했다. 1967년 7월 동베를린공작단사건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가난 ·무직 ·방탕 ·주벽 등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그는 우주의 근원,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 등을 간결하게 압축한 시를 썼다. 1971년 가을 문우들이 주선해서 내준 제1시집 《새》는 그가 소식도 없이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되었을 때, 그의 생사를 몰라 유고시집으로 발간되었다.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또는 ‘문단의 마지막 기인(奇人)’으로 불리던 그는 지병인 간경변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주막에서》 《귀천(歸天)》 《요놈 요놈 요 이쁜 놈》 등의 시집과 산문집 《괜찮다 다 괜찮다》, 그림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 등이 있다. 미망인 목순옥(睦順玉)이 1993년 8월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라는 글모음집을 펴내면서 유고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를 함께 펴냈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http://chunsangbyung.new21.org/main.htm (천상병 시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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