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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넷째 주, 셋째 날] 사랑의 소생

넷째 주, 셋째 날

사랑의 소생


요한 21,1-18

그 뒤 예수께서 티베리아 호숫가에서 제자들에게 다시 나타나셨는데 그 경위는 이러하다. 시몬 베드로와 쌍동이라는 토마와 갈릴레아 가나 사람 나타나엘과 제베대오의 아들들과 그 밖의 두 제자가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 때 시몬 베드로가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겠소" 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같이 가겠다고 따라 나섰다. 그들은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나갔으나 그 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 이튿날 날이 밝아 올 때 예수께서 호숫가에 서 계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이신 줄을 미처 몰랐다. 예수께서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아무것도 못 잡았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 보아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들이 예수께서 이르시는 대로 그물을 던졌더니 그물을 끌어 올릴 수 없을 만큼 고기가 많이 걸려 들었다. 예수의 사랑을 받던 제자가 베드로에게 "저분은 주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시몬 베드로는 몸에 겉옷을 두르고 그냥 물 속에 뛰어 들었다. 나머지 제자들은 고기가 잔뜩 걸려 든 그물을 끌며 배를 저어 육지로 나왔다. 그들이 들어 갔던 곳은 육지에서 백 미터쯤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들이 육지에 올라 와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생선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빵도 있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시몬 베드로는 배에 가서 그물을 육지로 끌어 올렸다. 그물 속에는 백 쉰 세 마리나 되는 큰 고기가 가득히 들어 있었다. 그렇게 많은 고기가 들어 있었는데도 그물은 터지지 않았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와서 아침을 들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 중에는 감히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분이 바로 주님이시라는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가까이 오셔서 빵을 집어 주시고 또 생선도 집어 주셨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뒤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은 이것이 세 번째였다.

모두들 조반을 끝내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베드로가 "예, 주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내 어린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고 이르셨다. 예수께서 두 번째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예, 주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고 이르셨다. 예수께서 세 번째로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베드로는 세 번이나 예수께서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시는 바람에 마음이 슬퍼졌다. 그러나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일을 다 알고 계십니다. 그러니 제가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모르실 리가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고 분부하셨다. 이어서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네가 젊었을 때에는 제 손으로 띠를 띠고 마음대로 돌아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이를 먹으면 그 때는 팔을 벌리고 남이 와서 허리를 묶어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끌고 갈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해설

푸에블로 원주민들은, 그들이 맞이하지 않으면 새벽은 밝아지지 않으며 태양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믿었다. 이 고대의 가르침이 전하는 메시지를 주의깊게 듣기 위해서는,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우리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내적인 진실인 원시시대의 지혜를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

베드로와 제자들이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간 것은 밤이었다. 예수께서 죽으신 바로 직후, 혼란과 비탄을 체험했던 그들은 아무 목적없이 항상 그들이 가장 익숙해 있던 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들은 밤새도록 고기잡이를 했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 상심에 빠진 그들은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리고 미래에 살아갈 사람들이 그러할 것처럼, 그들의 가슴은 이른 아침의 따스함이 영혼의 밤이 지닌 어둠을 뚫고 퍼져나오기를 갈망하였다.

우리의 갈망 그 자체가 바로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며 우리를 깨우시는 하느님의 목소리이다. 그 갈망은 우리로 하여금 일어나서 빛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지켜보도록 재촉한다. 어둠과 빛이 하나가 되는 것, 기다리면서 지켜보는 사람들인 우리가 새벽의 파수꾼이 되는 것은 바로 새벽이 시작되려는 순간, 즉 신비의 순간이었다.

부활의 새벽은 그것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자유롭게 한다. 이 해방은 공간과 시간의 제한이 없다.

마치 물결치는 우주의 음악처럼, 새벽의 빛은 떠오르기도 솟아나기도 한다. 그렇게 하여 아침이 온다. 태양은 회복시키며 아픔을 낫게 하는 따스함으로 지구를 비춘다. 활동적이며 자유로운 태양의 빛은 변화무쌍한 새로움과 기쁨의 모양을 창조하면서 지구의 그림자 가운데에서 노닌다.


나는 빛으로서 세상에 왔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를 믿는 사람은

어두움 속에서 살지 않을 것입니다(요한 12,46).


어둠 속에서 지키고 있는 사람들, “주님을 고대하는”(이사 40,31) 사람들은 우주의 빛이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향한 매체이다.

새벽에 그들에게 인사하는 반가운 목소리에 용기를 얻은 제자들은 재빨리 대답했다. 그들은 머뭇거림 없이 곧 그물을 다른 쪽으로 던져서 많은 고기를 잡아 올렸다. 고기가 굉장히 많이 잡힌 것을 보고 그들은 예수를 알아보았다. 그 기적적인 순간이, 어리둥절하여 그들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베일을 벗겨내었다.

“저분은 주님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는 말을 처음 전해 듣고 간절한 심정으로 무덤에 달려갔었던 베드로는, 이제 그가 사랑하는 그리스도를 부둥켜 안으려고 성급하게 물 속으로 뛰어들어 바닷가로 헤엄쳐 갔다. 가장 암울했던 순간에 주님을 부정하는 나약함을 보였던 베드로는 이제 주님과 다시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먼동이 트는 이른 새벽에, 예수께서는 새로운 창조를 위한 즐거운 잔치에 참석하도록 제자들을 초대하시는 것이다. 빵과 생선만의 간단한 식사를 나누는 친밀함 속에서 그들은 주님께서 계속해서 그들과 함께 계심을 확신하였다.

그들은 모두 함께 모였다. 똑같은 제자들, 똑같은 바닷가, 똑같은 그물, 똑같은 고기잡이, 그러나 모든 것이 달라졌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기쁨 안에서 그들 앞에 서 계신 것이다! 그분의 빛과 권능이 이제 그들의 것이 되었다.

그 날로부터 그들의 삶은, 사랑이 다시 살아난 것을 축하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어 들이기 위해서 온 세상으로 던져질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명은 이제 그들의 것이 되었다.

베드로의 겸양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실패와 약점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스도께 대한 베드로의 열정적인 사랑과 새로운 공동체를 기꺼이 지키고 이끌어 나가려는 그의 의지는, 성령께서 우리에게 맡기시는 일에 우리가 개개인 나름대로 특유하게 응답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만약 성령의 인도, 즉 우리 안에 있는 내적인 지혜에 귀기울이며 그것을 따른다면, 그리고 아픔을 낫게 하시는 그리스도의 현존으로 우리 자신을 살짜운다면, 새로운 빛의 시대의 일치가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해서 기쁨에 찬 약속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은 새벽이다.

우리는 바닷가에 서 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물으신다. “당신은 나를 사랑합니까?”



기도 안내 : 빛을 신뢰하다

+ 매일기도 양식: ‘매일 기도하는 방법’ 게시물 참조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긴장을 풀고 조용히 자신을 가라앉힌다.

하느님께 대한 나의 의존성을 분명히 한다.


+ 구하는 은총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은총을 구한다.  


+ 기도 방법: ‘여러가지 형태의 혼자 기도하는 방법’ 게시물 중에서 [관상] 참조.

그리스도와 함께 호숫가에 앉아 있는 나 자신의 정신적인 이미지를 그려본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을 아주 자세히 상상한다.

여러 가지 색조를 띠고 있는 이른 새벽 하늘이 보인다.

내 피부에 와 닿는 아침 햇살의 따사로움이 느껴진다.

새 날이 밝으며 일으키는 부드러운 소리들, 바다의 파도소리... 가 들린다.

나와 함께 계시는 예수를 본다. 그분의 존재를 우주의 빛으로서 체험하도록 해본다. 이 빛은 따스함과 사랑, 치료, 지혜, 권능, 그리고 기쁨을 발산한다. 내 몸의 모든 세포들을 열어 이 빛을 받아들인다. 이 빛을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 나의 내적 존재를 준비시킨다.

마치 나 자신 전체가 스폰지인 양, 그리스도로부터 발산되는 이 빛살을 가능한 한 모두 빨아들이는 체험을 한다.

그 빛을 신뢰하는 가운데, 나 자신이 그 빛 속에서 완전하게 인생을 살며, 강해지고, 아픔이 나아지며, 기뻐하도록 허락한다.

나 자신이 빛으로 가득 차게 되자, 내게로부터 빛이 나오는 것을 느낀다.

빛의 충만함 속에서 그리스도를 알아본다.

“저분은 주님이십니다.”


+ 마침기도

그리스도께 감사하고 찬미를 드리며, 그분과 진심에서 우러나는 깊은 대화에 들어간다.


+ 기도 후 반성

기도 중에 떠오른 깨달음과 느낌을 영적일기에 적는다.

출처 : [넷째 주, 셋째 날] 사랑의 소생
글쓴이 : 가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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