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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기도

' 해소 현상에 대하여 '



사랑하는 벗이여, 우리네 문화권에서는 조용히 않아서 관상 기도를 드리며 20분을 보내는 소박한 체험이 썩 드문 일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초자연적 의미는 그만두고라도 자연적 의미에서도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특히 사랑의 탐색을 시작하는 초기에 간혹 체험하는 현상들이 있습니다. 나는 이를 일컬어 ‘해소 현상’이라고 하는데, 왜냐하면 이것이 우리네 일상생활의 떠들썩한 활동들로 말미암아 우리 스스로 자초하는 긴장들을 표상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우리 자신이 바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네 문화는 이런 긴장들을 우리 안에 잡아두는 데 필요한 갖가지 기회와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상적 묵상에 들어가면 이런 긴장들은 대개 여러 가지 방식으로 풀려 나가는데, 여기에 마음을 쓸 필요는 없지만 이것이 무엇인지는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긴장들이 일단 풀리면 우리 인격 안에서도 해소되고 안도감과 평온함, 평화를 맛보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삶 속에서 성령의 열매들을 체험한 마음가짐을 갖게 해준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해소 현상은 몸의 곳곳이 찔리듯 아픈 느낌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러 부위의 감각이 마비되는 현상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인간의 사지가 ‘잠에 빠져들고’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것을 별문제 없이 체험합니다. 팔이나 다리가 갑자기 불쑥 움직이면 한순간 움찔하지만, 이 역시 긴장 해소의 하나로 보면 그만입니다. 개중에는 해소 현상의 하나로 땀을 줄줄 흘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종의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것은 흔히 추락이나, 높은 곳에 서 있으면서 떨어질지 모른다고 느끼는 그런 기분으로 표현됩니다. 이는 필경 우리가 이 같은 묵상에 잠기면서 우리네 지성의 정상적 통제를 사실상 포기해 버린 결과일 것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몸에 익숙한 방식으로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지 못하다고 느낍니다. 상상은 이 같은 느낌을 전통적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나는 이 같은 체험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를 알지 못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몇 차례 묵상을 하고 나면 이런 현상은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에 마음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너를 두고 천사들을 명하시어, 너 가는 길마다 지키게 하셨으니, 행여 너 돌부리에 발을 다칠세라 천사들이 손으로 너를 떠받고 가리라.”(시편 91,11)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어린 손길에 우리 자신을 맡겨드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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