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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화, 미술

"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토마스 "

 

[성화에 담긴 영성] 카라바조(Caravaggio, 1573~1610)의

의심하는 성 토마스 (T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1601~2)

 

Oil on canvas, 107 X 146 cm, Sanssouci, Potsdam

지영현 신부 (가톨릭회관 평화화랑 담당) 

 

 

작품 전체가 강렬한 빛의 대비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매우 단순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중심인물인 예수님은 얼굴을 잘 알아볼 수 없도록 고개를 숙이신 채, 한 손으로는 옷자락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토마스의 손을 잡아 당신의 오른쪽 옆구리에 난 상처에 집어넣게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맞은편에서 한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다른 손의 둘째손가락을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에 집어넣고 있는 인물이

바로 성 토마스입니다. 강렬하게 반짝이는 그의 얼굴에는 깊게 패인 주름이 잡혀있고, 왼쪽 어깨부분이 약간 찢어진 허름한

 차림입니다. 그는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를 빤히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확인하듯이 상처를 헤집고 있습니다.

 

<의심하는 성 토마스>를 주제로 한 작품에서 이처럼 생생한 장면을 보여준 작품은 없습니다.

사실 성경에 “토마스는 예수님의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어보았다.”라고 언급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토마스도 한때나마 의심을 품었던 것을 바로 뉘우쳤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카라바조는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서 유달리

의심이 많았던 토마스가 예수님의 옆구리에 손을 넣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카라바조는 성경의 이야기를 이상적으로 미화시키거나 정화시켜서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그림이 당시에 신심이 두터웠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세속적이고 불경스럽게 보였을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칠 만큼 사실적으로 재현된 이 성화가 그의 부족한 신심을 드러낸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는 다만 성경의 이야기를 가장 실제처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성경의 내용을 읽고 또 읽으면서 의미를

 되새겼음이 분명합니다.

 

토마스처럼 지나치게 자신만을 믿는 사람은 절망하기 쉽습니다. 우리의 중심은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어야 합니다.

토마스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고 의심을 품었던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중심을 넘어 하느님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믿음의 눈을 뜬 토마스는 오늘 우리들에게도 외칩니다.

“의심을 버리고 부활하신 주님을 믿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