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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생애

~ 인생은 피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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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피정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인생은 피정이고, 이 피정은 지극히 어렵고 힘든 작업이어서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연필을 계속 굴리며 보이지 않는 인생 연습장에 우리의 물음과 답변들을 적으며 화두(話頭)를 풀어나가야 한다. 언젠가 연필이 다 닳아지고 연습장이 다 채워지는 날, 우리는 다시 쉼의 상태로 창조와 재창조의 쉼터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 연습장이 결코 우리의 힘만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차피 그럴 수 없는 것이 인생의 연습장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인생 연습장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시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낙서해주실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 때문에 우리는 온갖 어려움과 무능력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다. 내 인생 연습장이 온갖 불평과 미움으로 가득찬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내 인생의 아름다운 무대인 것이다. 내 삶의 근저에는 나도 모르게 희망과 사랑과 아름다움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고른 그 어떤 아름다운 물감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의 인생 연습장을 하느님께서 아름답게 채워주신다는 것을 아는 자는 기뻐하는 인간이다. 사도 바오로는 말한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 성령의 불을 끄지 말고 성령의 감동을 받아 전하는 말을 멸시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을 시험해보고 좋은 것을 꼭 붙드십시오. 그리고 악한 일은 어떤 종류이든지 멀리 하십시오(1데살 5,16-22).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항상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며, 모든 것을 시험해보고 좋은 것은 꼭 붙들도록 연습하라 한다. 그 연습을 내 의지로, 내 힘으로 하려할 것이 아니라 내맡기는 가운데 행하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이 요구는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무리이다. 어떻게 사람이 항상 기뻐하고, 늘 기도하고,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할 수 있을까? '언제 어디서나 당신께 감사함이 마땅하고 옳은 일'(미사 감사송)이지만, 마땅하고 옳다고 다 실행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에 사도 바오로는 이 일은 삼위일체 하느님께 바탕을 둘 때만 가능하다고 본다. 즉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진 하느님의 뜻, 성령의 불을 끄지 않고, 성부·성자·성령의 삼위일체 이름으로 살 때 항상 기뻐하고 기도하고 어떤 처지에서든지 항상 감사하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식사 등 모든 행위를 성호로 시작하고 끝내는 것은 그 모든 일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한다는 것, 모든 행위가 하느님의 행위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삶이 하느님께 근원을 둘 때 우리는 우리의 삶 자체가 기쁨임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연습해야 한다. 인생은 피정이다. [이제민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