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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세례명의 의미 / 김대열 (프란치스코 샤베리오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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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10월28일 연중 제 30주간 월요일 복음묵상

“그들을 사도라고도 부르셨는데, 그들은 베드로라고 이름을 지어 주신 시몬,
그의 동생 안드레아, 그리고 야고보, 요한,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토마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열혈당원이라고 불리는 시몬, 야고보의 아들 유다,
또 배신자가 된 유다 이스카리옷이다.” (루카6,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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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대오(마태오10,3)라고도 불려지는 성 유다와 열성당원이었다고 알려진 성 시몬의 축일을 맞이해 12사도의 이름이 나온 구절이 복음으로 선정되었다. 이들 중 이스카리옷 유다를 제외한 모두는 사도로서의 삶을 완수한다.

12사도들의 이름을 보면서, 문득 가톨릭 신자라면 가지고 있는 세례명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생각이 난 김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례명에 대해 묵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세례를 받을 때 성인들의 이름을 받아 자신의 세례명으로 쓰는 관습은 13세기부터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교회법으로 정해졌다.
보통 성인(成人)세례의 경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성인(聖人)의 이름을 선택하거나,
먼저 신앙생활을 한 이들의 권유로 본인이 정한다.
유아세례인 경우는 부모나 사목자가 지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임종에 처한 이들을 위한 대세(代洗)의 경우는 보통 대세를 주는 이가 떠오르는 성인의 이름을 붙여준다.

재미난 이야기 하나 소개하고 싶다.
한국 천주교회는 전통적으로 세례명을 본명(本名)이라 하였다.
그리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세속명(世俗命)이라 하였다.
어렸을 적부터 가족들은 호적에 오른 이름보다 사베리오라는 본명으로 나를 불러주었다.
국민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떤 선생님께서 본명이 뭐냐고 물으셨다.
당연히 주저함 없이 사베리오라고 대답해드렸다.
선생님께서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시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본명(本名)의 의미와 한국 천주교회만의 용어인 본명의 의미를 구별하지 못하던 나와 선생님 사이에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교회가 세례명을 갖게 하는 데는 커다란 이유가 있다.
말 그대로 세례와 관련된 이유이다.
세례란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의 악습과 잘못된 가치관을 끊어버리고,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래서 성인의 이름을 자신의 진짜 이름으로 하여,
그 성인의 삶을 닮고자 하는 소망을 갖게 된다.

한국 천주교회가 세례명을 본명이라고 한 것에는 세례의 의미를 한층 더 강조하기 위함이다.
세례가 새로운 삶이며, 그를 위한 결단이라 할 때, 그에 응당한 인식을 더욱 튼실히 하기 위함이다.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세속명으로 돌리고, 세례명을 본명으로 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의지와 결단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또한 본명으로 정한 성인이 수호성인이 되어 보호해준다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가톨릭 신자에게 있어서 세례명은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선물이다.
자녀들이나, 신자들을 세례명으로 부르는 것은 지켜야 할 아름다운 전통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전통 안에서 커갈 수 있는 자녀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신앙이 온 몸 온 마음에 스며들어 자리하게 된다.
이러한 전통 안에서 관계를 이루는 신자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의식하는 삶을 살게 된다.

소중한 선물인 우리의 세례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김 대열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