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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생애

~ 곱사등이 부인이 치유의 기적 / 박상대 신부님 ~

 

    모처럼 예수님 주변에 환한 기쁨과 웃음이 도는 날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동안 군중과 제자들에게 다소 무거운 말씀만 하셨다. 뜻밖에 다가올 종말을 항상 깨어 준비하라 하셨고 스스로 세상을 불을 지르러 오셨다고 하셨으며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할 것이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는 베어 버린다는 등의 공포와 두려움을 조장하셨다. 복음이 주는 기쁨과 웃음은 루가만이 고유자료로 전하는 '곱사등이 부인의 치유기적사화'에 있다. 그런데 치유기적은 그것이 안식일에 회당에서 이루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주목을 끌고 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었다는 것에 분개한 회당장이 반론을 재기하여 모여든 사람들에게 안식일이 아닌 날에 와서 병을 고쳐 달라하라고 나무란다. 회당장은 분명 율법주의와 바리사이파 정신에 깊이 물든 사람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회당장의 반론을 이용하여 반대자들의 흑심을 드러내 밝히시고 도리어 군중의 호응을 얻어내신다. 따라서 기적사화는 단순히 예수님의 능력을 드러내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하느님 자녀의 자유와 안식일법의 참된 의미에 대한 가르침으로 요약된다. 루가복음에서 예수님이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신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찍이 갈릴래아 지방에서도 안식일에 회당에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셨고 예수님을 고발할 기회를 찾고 있던 바리사이와 율사들에게 안식일에 착한 일을 하고 사람을 살려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그 때 예수님의 반대자들은 잔뜩 화가 나서 예수님을 어떻게 해버리려고 모의하였다.(6,6-11) 또 한번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바리사이파의 한 지도자 집에서 음식을 잡수실 때 몸이 부은 수종병자를 고쳐주시면서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것이 오히려 법에 합당함을 가르치셨다.(14,1-6) 어느 안식일, 회당에서 설교를 하시는 예수님의 눈에 허리가 굽어 몸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여인 하나가 들어왔다. 루가는 이 여인이 18년 동안 곱사등이로 참담한 삶을 살아왔고 이 병이 사탄에 의한 병마(病魔)임을 밝힌다. 예수님께서 여인을 가까이 불러 "여인아, 네 병이 이미 너에게서 떨어졌다."(12절) 하고 말씀하신 뒤 여인에게 손을 얹자 건강해진 여인은 즉시 "하느님을 찬양하였다."(13절)고 한다. 치유의 과정에서 병이 떨어졌다는 것은 여인에게서 병마, 즉 사탄을 예수님께서 몰아내셨다는 말이다. 사탄으로부터 자유를 되찾은 여인은 예수님의 안수를 통하여 다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찬양으로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여인은 이스라엘을 상징한다. 율법의 멍에를 지고 허리가 굽어지도록 허덕이며 고생하는 야훼의 백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주의라는 사탄(16절)에 묶여 야훼의 백성으로서 누릴 자유를 빼앗긴 그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되돌려 주시려는 것이다. 치유받은 여인의 태도는 예수님께서 이스라엘로부터 바라는 바다. 그러나 과연 이스라엘이 그렇게 될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느님께서는 엿샛날까지 하시던 일을 다 마치시고 이렛날에는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다. 하느님께서는 이 날을 거룩한 날로 정하시어 복을 주셨다." (창세 2,2-3) 회당장의 말대로 일주일에 일할 날이 엿새나 있다.(14절) 그러나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녀에게 복을 주시고자 하신다면 이 일에는 안식일이 적격이다. 더구나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자녀를 사로잡고 있는 사탄을 안식일이라고 해서 그냥 둘 리가 없다. 흔히 회당장과 같이, 18년 동안 곱사등이에 시달려 왔던 부인이 하루나 이틀 더 기다린다고 해서 난리라도 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님께 이런 생각을 통하지 않는다. 위선자들도 안식일에 자기 가축 떼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외양간에서 풀어주거늘(15절) 하물며 사탄에 사로잡힌 하느님의 귀한 자녀를 한 시간이라도 그냥 둘 수 없으신(16절) 분이 바로 예수님이시다. 안식일이란 사탄의 종살이와 고통과 두려움의 날이 아니라 자유와 해방, 기쁨과 완성의 날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주일도 바로 이런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