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의 후광 (박상대 신부님)
전 세계의 교회가 오직 하느님의 영광 속에 자신과 자신의 삶을 봉헌한 모든 성인(聖人)들의 축일을 기념한다. 모든 성인 대축일은 강림하신 성령의 "공현"(公顯, Epiphania)이라고도 한다. 이는 성인들 자신이 하느님 성령 안에서 마치 밀알이 되어 땅에 떨어져 죽음으로써 많은 열매를 맺은 것이기 때문이다.(요한 12,24) 이는 아직도 지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목적이기도 하며 그 목적을 향한 우리의 여정 또한 계속된다. 성인(聖人)이 되었다 함은 그가 하늘나라에 입적하여 하느님 나라의 시민이 되었고 삼위일체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는 것이다. "모든 성인 대축일"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한 해의 전례력 안에서 기념하는 모든 성인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다시 한번 축하하고 기념하자는 그런 의미는 작다. 마치 한 편의 성공한 연극에서 배우들이 관객들로부터 여러 번 박수갈채를 받고 난 뒤 무대, 조명, 안무, 음악 등의 연출자들과 모두가 함께 앞으로 나와 마지막 박수를 받는 그런 일과 다르다는 것이다. 비록 성인들이 세상의 삶을 마치고 떠난 훨씬 뒤에 교회에 의해 시성(諡聖)되어 공식적으로 성인대열에 올림을 받은 사람들이라 하지만 그들이 이미 세상에서 성인(聖人)으로서의 삶을 살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공경하는 성인들은 이미 이 땅에 살 때 성인이었다는 말이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정말 성인(聖人)처럼 거룩하게 사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그가 거룩하게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신은 거룩한 줄 모르고 거룩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람이 지니고 있는 특징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그 사람들의 과거에 대한 어떤 것에도 상관없이 항상 처음처럼 새롭게 대하는 것이었다. 하느님께서도 그를 사람들 중에 가장 거룩한 사람이라고 인정하여 한 번은 수호천사를 불러 그에게 모습을 보이고 소원을 하나 꼭 들어주도록 시켰다. 하느님의 명을 받은 수호천사가 그에게 모습을 보이고 소원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런데 그는 소원이라고는 없다고 하였다. 글쎄 소원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는 한사코 소원이 없다고 하였다. 할 수 없이 천사가 "너에게 사람의 병을 치유하는 기적의 은사를 줄까?" 하고 묻자 병자를 치유하는 일은 하느님께서 직접 하시는 일이라면 거절하였다. 그러자 천사가 "죄인들을 회개시켜 바른 삶을 살도록 하는 힘을 줄까?" 하고 묻자 그런 일이라면 당신들 천사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거절하였다. 마지막으로 천사가 "그러면 너의 거룩한 삶을 사람들이 모범으로 삼아 존경할 수 있도록 해 줄까?" 하고 묻자 그는 펄쩍 뛰면서 절대 안 된다고 하였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교만해져서 사람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무슨 소원이든 한 가지는 꼭 들어주어야 한다는 명을 받은 천사가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난처해하자, 그가 말했다. "사람들이 저를 통해 착한 마음을 가지고 살도록 해 주시되 그 사실을 내가 모르도록 해 주십시오." 그랬다. 천사는 하느님께 가서 그대로 고하였다. 하느님께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시더니 천사를 시켜 그 착한 사람에게 후광(後光)을 걸어 주도록 하였다. 이것이 성인들의 후광(後光)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것이 앞도 옆도 아닌 성인의 머리 뒤에 빛나는 테두리이다. 자신만은 볼 수 없고, 다른 사람은 볼 수 있는 후광인 것이다. 물론 살아 있는 우리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후광을 빛내고 있을 것이다. 가난한 자가 가난함 때문에 복된 자는 아니며, 슬퍼하는 자가 슬픔 때문에 복된 자도 아니다. 박해를 받는 자가 박해를 받는 것 때문에 복된 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실로 복된 이유는 가난함과 슬픔과 박해 속에서도 이를 불평 없이 "예"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며 그 속에서 자신의 모든 존재를 맡긴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기쁨을 누리기 때문이다. 성인은 곧 복음의 아홉 가지 참된 행복의 길 중에서 하나의 길을 택하여 꿋꿋이 가고 있는 사람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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