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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위령의 날 기도 / 강영구 신부님 ~

 

    위령의 날 기도 (강영구 신부님)

        사랑하는 예수님, 죽음을 생각하고,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죽음 후의 세계를 생각하는 날입니다. 다른 말로 삶을 생각하고 살아있는 자신과 이웃과 형제들을 생각하고 "지금, 여기"의 세계를 생각하는 날입니다. 죽음은 삶과 맞닿아있습니다. 삶과 죽음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삶이 있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12,24) 누구든지 땅에 떨어져 스스로 죽으면 죽음 속의 삶이 수십 배의 생명으로 열매를 맺게 하고 죽지 않고 혼자 살려고 바둥거리면 삶 속의 죽음이 그를 삼키고 맙니다. 삶과 죽음은 하나입니다. 이승과 저승은 맞닿아있습니다. 이승과 저승은 죽음의 다리로 연결된 하나의 세계입니다. 누구든지 죽음의 다리를 건너서 이승에서 저승으로 옮아갑니다. 죽음의 다리는 천국과 천국을 이어주고 지옥과 지옥을 이어줍니다. 천국과 지옥은 맞닿을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이승에서 사랑하고 내어주고 용서하고 비우고 낮추며 천국을 산 사람은 죽음의 다리를 건너서 천국으로 갑니다. 이승에서 미워하고 증오하고 독차지하고 앙갚음하고 싸우고 죽이며 지옥을 산 사람은 죽음의 다리를 건너서 지옥으로 갑니다. 이승 속에 저승이 있고, 이승이 바로 저승입니다.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살아있는 나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죽은 사람은 죽음의 다리를 건너 하늘나라로 간 사람들이지 사라져 없어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죽은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 속에 함께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위한 기도는 나를 위한 기도입니다. 예수님, 죽은 모든 이들에게 영원한 안식과 생명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