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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글

~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 /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2014, 8, 4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
(평화방송 라디오 오늘의 강론)

마태오 14,22-36 (물 위를 걸으시다)

군중이 배불리 먹은 다음, 예수님께서는 곧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먼저 가게 하시고, 그동안에 당신께서는 군중을 돌려보내셨다. 군중을 돌려보내신 뒤, 예수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혼자 거기에 계셨다. 배는 이미 뭍에서 여러 스타디온 떨어져 있었는데, 마침 맞바람이 불어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새벽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유령이다!” 하며 두려워 소리를 질러 댔다. 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에...
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자 베드로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예수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갔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 그래서 물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예수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쳤다. 그러자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분께 엎드려 절하며,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들은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이르렀다. 그러자 그곳 사람들이 그분을 알아보고 그 주변 모든 지방으로 사람들을 보내어, 병든 이들을 모두 그분께 데려왔다. 그리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부제서품을 받기 전 가졌던 30일 피정에서 예수님의 삶과 죽음, 부활에 관한 복음서의 주요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서 예수님과 더욱 일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묵상 가운데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가슴 깊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에 대한 묵상이 있습니다. 사실 피정 전만해도 그저 과장된 이야기쯤으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던 기적, 곧 오늘 복음이 전해주는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신 기적에 대한 묵상입니다. 이 묵상을 새삼 떠올리면서,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과 함께 오늘 복음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수많은 군중이 거룩하고 아름답고 신명나는 만찬을 마쳤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이제는 서로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호수 건너편으로 먼저 보내십니다. 피곤에 지친 제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이지요.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시며 그들 모두를 삶의 자리로 배웅하십니다.

이제 홀로 남으신 예수님께서 기도하러 산에 오르십니다. 새 희망을 머금고 삶의 터전으로 떠난 군중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옆을 지켜주었던 제자들을 당신의 마음 깊이 하나하나 새기며, 이들을 위해 아버지께 간절한 청원을 드리십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써 수많은 이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나의 것 너의 것 가르지 않고, 우리의 것으로 만든 사랑의 기적을 베풀어 주신 아버지께 찬미를 드리십니다. 지금까지 당신이 걸어오신 길과 앞으로 당신이 걸어가셔야 할 길, 이미 당신이 이루신 일들과 장차 당신이 이루셔야 할 일들을 홀로 가슴 깊이 새기며, 주저함 없이 그리고 흔들림 없이 아버지와 함께 하리라는 다짐의 기도를 바치십니다.

고요한 평화도 잠시, 기도하러 산에 오르신 예수님과 먼저 배를 따고 떠난 제자들 사이를 폭풍에 휩싸인 무서운 호수가 갈라놓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는 중에, 자신들을 집어삼킬 것 같은 파도에 둘러싸여 공포에 떨고 있는 제자들을 보십니다.

죽음의 위험에 빠진 제자들을 본 이상, 예수님께서는 잠시도 지체하실 수 없습니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배를 구하고픈 마음도, 타고 갈 배를 구할 시간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배를 타고 건너가기에도 위험한 거센 파도 위를 두려움 없이 맨 몸으로 걸어가십니다. 무섭게 몰아치는 폭풍과 험한 파도도 결코 예수님을 집어삼킬 수 없습니다.

벗을 살리기 위해 죽음의 상황에 자신을 던지는 사랑의 위대한 힘은 세상 무엇보다도 강합니다. 사랑은 주님과 우리, 나와 너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 죽음의 악한 세력을 굴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물위를 걸으신 기적은 곧 사랑의 기적입니다.

물위를 걸으신 예수님을 바라보는 우리는, 고통 중에 있는 이웃들에게 조건 없이 다가감으로써, 주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기적을 몸소 행하라는 초대를 받습니다. 이 초대에 삶으로써 응답할 때, 물 위를 걸으신 기적은 우리 안에서 새롭게 일어날 것입니다.

기도 하시면서 위험에 빠진 제자들과 하나가 되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기도 안에서 힘겨움에 지친 이웃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제자들을 구하시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가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지체하지 말고 이웃들에게 달려가야 합니다. 기도의 완성은 죽음조차 꺾을 수 없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