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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글

~ 예수님 뒤에서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 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

<예수님 뒤에서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2014, 8, 7 연중 제18주간 목요일
(평화방송 라디오 오늘의 강론)

마태오 16,13-23 (베드로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다, 수난과 부활을 처음으로 예고하시다)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그런 다음 제자들에게, 당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셨다.

그때부터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반드시 예루살렘에 가시어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흗날에 되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밝히기 시작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예수님 뒤에서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은 예수님의 뒤에 서야 합니다. 예수님 뒤에 설 때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참으로 단순합니다. 예수님의 뒤에 서서 예수님을 따라 예수님처럼 살면 되니까 말입니다. 이보다 더 쉬운 삶의 방식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뒤에 서서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너무나 더디기에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것이 답답합니다. 할 말은 많은데 참고 있어야 하기에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가기도 합니다. 잘난 척 설치고 다니는 이들을 참고 보아야 하기에 눈에 가시가 돋기도 합니다. 때때로 터무니없는 비난과 모욕을 참아 받아야 하니 마음에 시퍼런 멍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마음속에 인간적인 생각 가득한 물음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도대체 이게 뭐야?’ ‘이렇게 산다고 누가 알아주나?’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어.’ 바로 이 순간 앞서 가시는 예수님을 치고 나가 예수님 앞에 섭니다.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시겠다는 예수님을 가로막으며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외치는 베드로처럼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예수님께 훈계를 늘어놓습니다. ‘주님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주님 왜 당하십니까?’ ‘주님 왜 그렇게 어리석습니까?’ ‘사람도 변하고 세상도 변했습니다.’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 이제 저를 따르십시오.’ ‘어느 천 년에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겠습니까?’ ‘당신의 거룩한 뜻을 이루기 위해서 이제 방법을 바꾸어야 합니다.’ ‘당하기 전에 먼저 내리치고, 비수 같은 말로 반대자들을 꺾어야 합니다. 보십시오, 제가 멋지게 해 나갈 테니,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제 뒤를 따르십시오.’

그러면 예수님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네 멋대로 해 보아라. 그러면 너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진다. 비록 네가 겉으로는 나의 사람이라고 고백하고, 남들이 너를 나의 사람이라고 보아준다고 해도, 너와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니 너는 내 뒤로 물러가라. 사탄아,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의 일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뜻보다는 당장에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인간의 뜻을 추구하려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방식보다 인간의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믿는 계산적인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회 공동체 안에서조차 예수님의 음성을 제대로 듣는 이가 많지 않는 듯합니다. 그러기에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그들 속으로 들어가기보다, 교회는 속된 세상과 다르다고 자부하며 믿는 이들만의 철옹성을 세우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교회를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로 보듬어가기 보다, 거룩함을 빌미삼은 정신적 탐욕을 충족시키는 또 하나의 속된 세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습니까? 예수님의 앞입니까, 아니면 뒤입니까? 우리 교회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세파에 찌든 인간의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정화시킬 주님의 교회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 다음 자리에 서야 하고, 다른 누가 아니라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과 제가 먼저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