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용서의 등식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피리를 불어도 곡을 하여도
호응하지 않는 장터놀이의 아이들로 치부(置簿)된 가운데,
그들 중의 하나인 시몬(40절)이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였다.
예수께서는 기꺼이 초대에 응하여 그의 집에 들어 초대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시게 된다.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자리하여 먹고 마시며 어울리는 하느님 지혜는
오직 그 지혜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통해서 드러나게 됨(35절)을
예수께서 몸소 보여주시려는 것이다.
그분은 어떤 모양의 놀이든 기꺼이 응해주시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시는 분이시다.
마태오, 마르코, 요한복음이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을 처음부터
예수님의 적대자로 등장시키는 반면, 루카는 그들에게도 예수님의 손길이 닿게 한다.
루카복음에 등장하는 그들은 예수를 감찰하기 위하여 예루살렘에서 갈릴래아로 왔으며(루카 5,17),
갈릴래아 지방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합세하여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에 반감을 가지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시비를 걸고, 고발할 기회를 찾으면서
예수의 일행을 따라다니고 있었다.(루카 5,21.30.33; 6,2.7.11)
비록 그들이 세례자 요한의 설교를 무시하고 세례를 거부함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였으나,
루카복음의 예수님은 그들에게 끝까지 기회를 주시는 분이시다.
예수께서 그들의 반감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주시는 이유는 거듭 말하지만
“하느님의 지혜가 옳다는 것이 그 지혜를 받아들인 사람들에 의해 자연히 드러날 것”(35절 참조)
이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바로 이 하느님의 지혜가 죄 많은 여인의 회개와 용서를 통하여
여실히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이 예수님을 존경했거나 그분을 모셔다가 따로 말씀을 듣기 위해
자기 집에 초대한 것은 분명히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예수를 고발할 또 다른 빌미를 얻으려 했던 것이다.
그것은 시몬이 손님을 초대해놓고 해야 할 세 가지 관습을 행하지 않았던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관습에 의하면 주인은 손님을 마중하여 어깨에 손을 얹고 평화를 기원하는 입맞춤을 하고,
먼지로 더러워진 발에 물을 부어 씻겨주어야 하며,
약간의 향료를 분향 하든가 향유 한 방울을 손님의 머리 위에 발라주어야 했다.
그런데 시몬은 이 모든 관습적 의례를 행하지 않았고, 반면에 갑자기,
그러나 의도적으로 나타난 ‘행실이 나쁜 죄 많은 여자’가 이를 대신 해버린 것이다.(44-46절)
죄 많은 여인이 예수께 한 행위는 사랑의 행위였다.
여인이 보여준 사랑의 행위에 예수께서는 죄의 용서를 선언하셨다.(48절)
이 땅에서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은 분명 하느님께 속한다.
예수께서는 물론이고 그분과 같은 식탁에 자리하고 있던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49절)
그래서 예수께서는 여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50절) 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는 “네가 보인 사랑이 너의 죄를 용서하였다.”(47절 참조)는 말과도 같다.
결국 죄를 용서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신 예수이시지만,
죄를 용서받은 사람이 용서받았음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가 행한 사랑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극진한 사랑을 보인 사람은 그만큼 많은 죄를 용서받은 것이고,
적게 용서받은 자는 적게 사랑한 것’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우리 중에는 스스로를 의인이라 생각하는 죄인이 있는가하면,
죄인이라 생각하는 의인도 있다.
예수께서 인간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직면하여,
의인으로 자처하는 사람은 예수가 자기를 위해 별로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고,
죄인이라 자처하는 사람은 예수의 죽음이 완전히 자기 때문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자면 스스로를 의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죄인이고,
죄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죄인이다.
따라서 예수님은 우리 죄인들을 위해 돌아가신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죄를 용서받았고, 동시에 예수께 엄청난 빚을 졌다.
우리 중에 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데 이 빚마저 그분께서 다 탕감해 주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일이다.
결국 사랑하는 것은 용서받는 것이며,
사랑하는 만큼 그 만큼의 용서를 받는 것이다.
부산교구 박상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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