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눈물, 나의 눈물
-상지종신부-
오늘 새벽
미사 중에 복음을 읽으면서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네 원수들이 돌아가며
진을 쳐서 너를 에워싸고 사방에서 쳐들어와
너를 쳐부수고 너의 성안에 사는 백성을 모조리 짓밟아 버릴 것이다....."
마치도 예수님께서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바라보며
한탄하시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2000년 후에
멀리 한반도에서 일어날 일을
미리 내다보시며 예수님께서 눈물을 흘리시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의 마수가
우리를 할퀴고간 것이 엊그제,
이제 조금 나아졌나 싶더니
이제는 그나마 남아있던 인간성마저,
인간적인 정마저 송두리째 제물로 바치라고 달려드는 형국입니다.
함께 살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죽임으로써
너 혼자만이라도 살아나라고 유혹합니다.
조그마한 사각 링안에
힘없는 사람들을 집어넣고
죽음의 경기를 부축이며 이를 즐기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비인간적인 모습에
분노를 넘어 인간적인 측은함을 가지게 됩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결코 하느님의 모상을 지닌
아름답고 소중한 인간으로 남기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백성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원수들과 타협하며
오히려 자신의 백성을 볼모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정부 당국자들과
자본가들의 몸부림이 안쓰럽게 다가옵니다.
함께 살아가는
평화의 길을 보지 못하고,
"너를 쳐부수고 너의 성안에 사는
백성을 모조리 짓밟아 버릴 것"이라는
예수님의
사랑담긴 애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죽음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내일부터
사상 초유의 한국전력
노동조합의 총파업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최대의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동조합과 전력산업의 효율성 저하라는
미명하에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에게
전력산업을 제물로 상납하려는
정부 당국과 회사 측과의 한판 대결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만약 대결이 벌어진다면
그 다음 어떤 과정이 이어질지 불보듯 뻔합니다.
불상사를
막아야 할텐데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합니다.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타까운 현실 앞에서 눈물을 삼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화의 길,
공존의 길을 걷기보다는
오히려 분열과 공멸의 길을 걸으려는
가진 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예수님을 따르는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의 눈물,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처럼
드러내 놓고 평화를,
정의를, 생명을, 복음을 전하지 못한
자책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미약한
힘이나마 내어 놓았더라면,
우리 신앙인들이
조금만 더
복음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이 사회를 복음화시키기 위하여 헌신했다면
지금의
이러한 최악의 상황은
어느정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며
이 자리에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주저앉아서는 안 됩니다.
한탄의 눈물, 안타까움의 눈물을 거두시고
예루살렘
한 가운데를 향하여 걸어가신
예수님을
따라 나서야 합니다.
비록 이 길이 죽음의 길이지만
곧 부활의 길, 참 생명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을 향하여
눈물을 흘리시며
한탄의 외침을 쏟아내시는
예수님의
절규를 나의 것으로,
우리의 것으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나 몰라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외쳐야 하겠습니다.
이 외침의
반향이 아주 미미하다 할 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힘닿는데까지 외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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