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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글

~ 제가 무엇을 했길래 / 상지종 신부님 ~

제가 무엇을 했길래?

 

-상지종신부-

 

 

사제로서 살아가면서

꼭 지녀야 할 태도나 자세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 중에 한가지를 새삼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바로 "칭찬을 하는 것은 후하게,

 그러나 칭찬받는 것에는 인색하자!"는 것입니다.

그다지 잘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제대로 하는 것도 별로 없는데,

 사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참 많은 칭찬을 받습니다.

 

 사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 경우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예의 상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마지못해 하는 인사치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칫 제 자신을

추스리지 못하면

 이것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제 잘난 맛에

 우쭐거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본연의 사명을 수행하는데

 

전념하기 보다는

그 다음에 올 무엇인가를

 은근히 기대하게 되고,

 그것이 없으면 섭섭해 하고 푸념을 늘어놓게 됩니다.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꼴이 되고 맙니다.

칭찬받을 때,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기분이 참 좋은 것은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솔직히

기왕이면 칭찬도 많이 받고,

 고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사제로서

 저의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린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낮은 자가 되시었기에

 높이 들어높여지셨던 예수님을 따른다고 하면서

 

 굳이 애를 쓰면서

 높은 곳에 오르려고 하다가

 땅바닥에 내쳐지는 잘난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를 흉내낸다면

 

 그것이

어찌 그리스도의

사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너희도 명령대로

 모든 일을 다 하고 나서는

 '저희는 보잘것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 하고 말하여라.

 

" 때때로

 인간적인 생각 때문에

선뜻 고백하기 어려운 말씀이지만,

 

 사제로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으로서

 

 저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서

 제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그리고 삶을 통해서 드러내야 할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한번

'칭찬하는 데는 후하고,

칭찬받는 데는 인색한 사제'를 꿈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