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양 신부님
신약성경은 모두 몇 권입니까? 27권이지요.
예비신자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복음서를 읽으라고 숙제를 내주자 마태오 복음을 조금 읽다가
마르코 복음을 조금 읽고 또 한참 있다가 루카 복음을 조금 읽는가 했더니
요한 복음을 읽는 것입니다.
성경을 왜 중간중간 읽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는 것입니다.
“아니, 그 내용이 그 내용인데 같은 내용을 뭐 하러 읽고 또 읽습니까?”
모르는 사람은 그럴 수도 있지요.
또 어떤 청년은 슬그머니 다가와 이렇게 조용히 묻기도 합니다.
“신부님, 성경이 너무 재미없네요.
나중에 재미있어지면 그 때 읽으면 안 될까요?”
저는 그런 사람들한테 같은 내용인 것 같아도 되풀이해서 읽고
또 재미없어도 꾸준히 읽으라고 권합니다.
성경은 재미가 있어서 읽는 책이 아니라 읽을수록 재미있어지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7권이나 되는 신약성경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우선 주제 파악부터 해야 이해가 잘 되겠지요.
신약성경 전체가 말하고 있는 주제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셨고
그 분은 우리의 구원자’이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신약성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부활’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그 모든 크고 작은 사건들은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그리스도교 자체는 생겨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교의 상징을 십자가로 이야기하고
또 실제로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상징이 십자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부활을 위한 과정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은 부활이지요.
성경 전체를 놓고 부활만큼 중요한 사건은 없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복음서 전체에서 예수님의 탄생과 말씀, 활동에 관한 기록은
수없이 등장하고 되풀이 묘사되고 있는데 그에 비해서 부활에 관한 기록은 무척 간략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렇게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활 사건이 왜 그토록 간단히 다루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특히 오늘 마르코 복음은 더 짧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주간 첫날 새벽에 부활하신 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셨다.
그는 예수님께서 일곱 마귀를 쫓아 주신 여자였다.
그 뒤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이 걸어서 시골로 가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다른 모습으로 그들에게 나타나셨다.
마침내 열한 제자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셨다.
그리고 그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셨다.”(마르16,9.12.14)
부연 설명도 없지요. 그런데 이렇게 불완전한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사명을 주십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16,15)
참 이상하지요? 그렇게 중요하고 핵심적인 사건인 예수님의 부활을 복음서들은
왜 이렇게 간략하게 스쳐지나가듯이 건너뛰고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복음서가 쓰여질 그 당시에는 누구나 부활을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믿고 있기 때문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렇게 간단한 설명으로 지나간 것입니다.
잘 아는 일에 대해서는 우리도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지요.
하지만 잘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하게 됩니다.
부활이 핵심적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복음서에 간단하게 제시되어 있는 것은
그 당시에 예수님을 믿는 모든 사람들이 부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성경 저자들이 중요하게 다룬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제자들이 그 부활을 확신했느냐 하는 부분은 짧게 다루었지만
예수님께서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16,15)
하고 사명을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길게 그리고 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서울대교구 이기양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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