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 - 성모의 노래는 곧 예수님의 노래
- 박상대신부-
오늘 복음은 루가복음의 전사(前史) 중 네 번째 단락에 해당하는 ‘마리아의 노래’를 들려준다. “Magnificat anima mea Dominum ...”(내 영혼이 주님을 크게 찬미하며 ...)라는 시작부분의 첫 글자를 따 ‘마니피캇’(Magnificat), 또는 ‘천주 찬미가’로 불리는 마리아의 노래는 참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웅장하고 장엄하며, 가히 혁명적이고 깊은 신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이다. 마니피캇을 마리아가 직접 지어 읊었다고 생각하는 성서학자들은 거의 없다. 루가가 복음서를 집필하기 전에 이미 부활공동체가 예수의 인류구원사건을 기리기 위해 지어 불렀다는 것이 통설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학자들은 구약시대 말기에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이 메시아사상과 결부시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이와 유사한 노래를 읊었다고 주장한다.
마리아의 노래와 비슷한 내용의 찬가는 이미 구약성서에 있다. 엘카나의 아내이자 석녀(石女)였던 한나가 사무엘을 낳고, 아이를 야훼 하느님께 봉헌하며 바친 감사와 찬미의 기도가 바로 그것이다.(1사무 2,1-10) 사무엘을 통하여 한나의 입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자신의 처지가 이처럼 바뀌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그토록 원했던 아들을 얻었기 때문이지만, 한나는 이 모든 것이 야훼 하느님의 크신 은총임을 깨닫고 그분께 감사와 찬미의 노래를 기도한 것이다. 물론 마리아는 한나와 같은 처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행한 하느님의 놀라운 업적이 비단 자신에게뿐 아니라 마리아 안에 잉태된 메시아를 통하여 온 세대에 베풀 것으로 깨달은 것이다. 메시아는 온 세대의 처지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하느님 고유의 방식으로 준비된 역전과 개벽을 마음의 눈으로 본 것이다. 사람은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구별된다. 있는 자는 통상 부유하고 권세를 가졌으나 거만하고 교만한 자들이다. 없는 자는 비천하고 배고픈 이들이지만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이들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거만한 자들을 내치시고 비천한 이들을 거두어주시는 것이다. 따라서 마니피캇의 내용은 앞으로 메시아 예수께서 세상에 대하여 펼치실 일이다. 하느님의 성령께서 이 일을 오늘 마리아의 입에 노래로 담아 주신 것이다.
그래서 오늘 복음의 마니피캇은 분명 마리아가 부른 감사와 찬미의 노래이다. 마리아가 어떻게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었을까? 누구든 이런 생각을 한 번은 해보았을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저 소박하고 순진하기만 했을 마리아, 배운 것도 넉넉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마리아, 청년 요셉과 약혼하여 혼인날을 기다리며 매사에 조신(操身)하고 있었을 마리아가 어떻게 이런 엄청난 지식이 담겨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었을까? 사실은 우리가 마리아의 노래 때문에 놀라기 전에 어제 복음에서 엘리사벳의 마리아에 대한 칭송에서부터 놀랬어야 했다.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주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문안의 말씀이 내 귀를 울렸을 때에 내 태중의 아기도 기뻐하며 뛰놀았습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루가 1,42-45) 이 대목에서 우리는 약간의 억측이 담긴 주장을 했었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을 받는 순간 성령 하느님께서 태아인 요한을 시켜 이와 같은 칭송을 드렸다는 것이다. 즉 성령을 통하여 요한이 예수께 드린 칭송이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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