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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성 금요일 복음 묵상 / 기경호(프란치스코) 신부님 ~

성주간 금 요한 18,1-19,42(15.4.3) 

 
목마르다!”(요한 19,28)

 
the crucifixion of jesus

                        
아픔과 죄를 품는 넓은 가슴으로  
 
 

오늘은 주님께서 오직 사랑 때문에 죽임을 당하신

 수난의 신비를 묵상하는 주님 수난 성금요일이다.

 

오늘 돌아가신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 나왔다는 것은

그분의 옆구리에서 교회가 나왔음을 표상한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외아들 예수님을 통해서

당신 사랑의 마지막 증거를 몸소 보여주신다.

 

빌라도는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19,6)라는 군중의 외침에

손을 씻어 보임으로써 그 판결이 자신과는 관계없음을 표현하려 했다.

 

빌라도는 사람들 앞에 예수님을 끌어내다 보이며

 "자, 이 사람이오!"(요한 19,5)라고 말한다.

 

이제 그분의 어깨에 십자가가 지워진다.

예수님께서는 부당한 판결에 분노하여 칼을 사용한 베드로에게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요한18,11) 하고 타이르신다.

 

 그분은 십자가 밑에 세 번씩이나 넘어지면서 무참한 조롱을 당하신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명을 무산시키고, 당신의 가르침과

행적을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조롱을 묵묵히 받아들이신다.

 

성모님과 키레네 사람 시몬과 베로니카는

 예수님께서 죽음을 향하여 가시는 사랑의 길에 동행하였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들처럼

 "내가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병들고 감옥에 갇혔을 때"

(마태 25,35-36)

 ‘너는 나를 도와 십자가를 졌더냐?’ 하고 물으실 것이다.

사람들이 옷을 벗겨 예수님을 십자가 위에 눕히고 못질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예수님의 몸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한 대속물이 되었다.

 

 "나는 땅에서 들어 올려지면 모든 사람을 나에게 이끌어 들일 것이다.

"(요한 12,32)라는 말씀처럼, 예수님의 죽음으로 모든 이가 구원에 초대받았다.

 

십자가에 못 박혀 손발과 뼈마디를 꿰뚫고 들어오는 극도의 고통 속에서

예수님의 몸은 자기 체중 때문에 갈수록 아래로 처져 기도가 막혀

 거칠고 힘겹게 숨을 쉬신다.

 

십자가 위에 매달린 그분의 몸의 무게와 거친 호흡에

인간의 죄와 세상의 고통이 매달려 있었다.

 

그 십자가 위에서 그분은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라고 기도하신다.

 

 그분은 자신을 조롱하고 죽이려는 이들의 함성을

철저히 무력하게 하는 사랑의 절규를 쏟아놓으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마르 15,34)라고 울부짖으시며 성부와 더할 나위 없이 깊이 일치하시어

 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신다.

 

그분은 십자가 위에서 팔을 넓게 벌리시어

당신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이들을 끌어안으시고, 폭력과 음모와 무자비함의

 죄를 삼키는 엄청난 구원 업적을 묵묵히 하고 계신다.

 

 우리는 십자가의 횡목 위에 활짝 벌려진 저 팔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한다.”

(사도 17,28).

 

우리는 한 순간도 사랑의 죽음을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주님!

당신의 십자가상 죽음과 더불어 저도 자신의 죄와 어둠과 교만에 죽게 하소서!

 

 저희 모두 "내 뒤를 따라오려면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고 하신

 주님의 말씀에 따라 일상의 고통과 오해받음과 모욕과 죄와 죽음을

사랑으로 견디어내고 받아들이게 하소서.

 

십자가 위에 발이 들려 매달려 계신 예수님과 더불어 아버지의 뜻이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도록 제 자신을 희생제물로 기꺼이 봉헌하게 하소서.

 

십자가 위에서 팔을 벌리고 계신 아드님의 넓고 관대한 품으로

 다른 이들과 세상의 어두움과 아픔과 죽음의 문화를 끌어안게 하소서.

 

수난의 사랑을 회상하며 끊임없이 눈물 흘렸던 성 프란치스코처럼

 ‘타자의 아픔’에 울 수 있는 부드러운 마음과 연민의 정을 지니게 해주소서.

 

 "목마르다!"(19,28) 하시며 저희의 회개와 사랑을 갈망하시는

 예수님의 그 목마름을 살아내게 하소서!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 비탄의 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