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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사부 성 프란치스코 상처 축일 / 기경호 신부님 ~

♣ 2015년 9월 17일/일상의 삶에 새기는 오상(五傷) ♣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9,24) 


 

성 프란치스코의 수난 상처 축일

/갈라 6,14-18; 필리 1,20-21; 루카 9,23-26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1224년 9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라 베르나 산(1283미터) 위에서 대천사 미카엘 축일을 준비하기 위한 기도를 하던 중 예수님의 다섯 상처(五傷)를 받았다. 그가 받은 주님의 거룩한 수난 상처는 그가 그토록 수난의 사랑에 사로잡혀 걸었던 그리스도와의 일치의 표지이다. 그가 받은 거룩한 상처는 단순한 기적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생을 통해 항구히 그분 사랑에 응답한 데 대한 하느님의 선물이요 그분 현존의 표지이자 영광의 표지이다.

복된 프란치스코는 어떻게 이런 특은을 받았을까? 프란치스코에게 있어서 그리스도는 삶의 중심이었으며 생의 전부였고 모든 것의 원천이었으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었다. 따라서 성인의 삶의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방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분의 가르침과 발자취를 더 철저히 따르는 것이었다. 하느님의 순례자 복된 프란치스코의 마음을 채웠던 것은 예수 수난의 사랑이었다.

프란치스코는 수난의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복음 말씀을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듣고, 가난하신 십자가상의 그리스도의 눈으로 모든 피조물과 사건과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영의 눈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을, 성체 성사적 표지들 안에서 하느님의 아들을 바라보았다(권고 1). 나아가 나병환자를 볼 때에나 가난한 사람을 만날 때 그는 즉시 그들 안에서 수난하신 그리스도를 보았다.


프란치스코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생각할 때마다 한숨과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비우시고 낮추시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그분과 같아지기를 원했다. 그 결과 그의 삶은 완전히 변모되었다. 그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과 함께 살고 죽게 됨으로써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자신의 집착과 자기애를 못박아 떨쳐버렸다.

프란치스코의 생애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함께 아파하는 것”이었기에 그리스도와의 완전한 일치에 대한 그분의 원의는 거룩한 수난 상처 안에서 절정에 도달하였다. 이제부터는 영혼에 뿐만 아니라 육신에도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으로 각인되었다. 그는 그 사랑의 불꽃에 녹아버렸고 견딜 수 없어 끝없는 사랑의 순례를 했다. 그는 그리스도의 상처를 기억하느라 길거리를 한숨으로 채웠고, 어떤 위로도 마다하였다(2첼라노 11).

어떻게 이 축일을 의미 있게 보낼까? 오상이라는 신비스럽고 기적적인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수난의 사랑을 호흡하며 사랑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매일의 수고로움과 불편함과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다른 이들 안에서 고통 받고 계시는 예수님을 따뜻한 가슴으로 품는 것이야말로 일상의 삶에 오상을 새기는 거룩한 모습이리라! 우리도 수난의 그리스도와 일치함으로써 성인이 라 베르나 산 위에서 바쳤던 찬미의 기도를 온몸으로 노래하도록 하자!

“당신은 지극히 높으시나이다. 당신은 전능하시나이다. 당신은 선(善)이시고 모든 선이시며 으뜸선이시고 살아 계시며 참되신 주 하느님이시나이다. 당신은 애정이시며 사랑이시나이다. 당신은 지혜이시나이다. 당신은 겸손이시나이다. 당신은 인내이시나이다. 당신은 아름다움이시나이다. 당신은 즐거움이시며 기쁨이시나이다. 당신은 정의(正義)이시며 절제이시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희망이시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믿음이시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모든 감미로움이시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생명이시나이다.”(성 프란치스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