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0월 4일/하느님을 향한 타오르는 열정 ♣
San francisco de assis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갈라 6,14)
성 프란치스코 대축일/마태 11,25-30
무엇을 하든 자신을 잃어버릴 만큼의 몰입과 열정이 있어야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열정이 있다 해서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 열정으로 무엇을 이루었다 하여 그 결과가 다 선(善)한 것이 아닙니다. 열정도 필요하지만 왜 무엇을 위해 그 열정을 쏟느냐 하는 것은 더 중요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에 따라 삶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가 에지디오 형제와 안코나의 마르카에 가서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경외하고 죄를 뉘우치라고 권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음식도 겨우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넝마 옷을 입고 맨발로 돌아다니는 그들에 대해, 어떤 이는 바보나 술주정꾼이라고 하였습니다(세동료 33-34항 참조).
이런 오해를 받았던 그가 어떻게 ‘제 2의 그리스도’라 불리게 되었을까요? 그는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딴 사람’으로 바꿔버린 분은 바로 주님이셨다고 고백합니다(유언 참조). 그렇게 그 안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사랑의 불꽃은 오직 주님께만 몰두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세속이 주는 달콤한 것들과 육의 경향에 젖어 살아가던 프란치스코는 나환우와의 만남을 통해 하느님의 강생의 겸손과 수난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며 회개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하느님을 향한 순례는 하느님의 사랑에 빠져 다른 것은 원하지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 온전한 몰입의 여정이었습니다.
복되신 프란치스코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주 하느님을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과 용맹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모든 기운과 온갖 노력과 온갖 정열과 온갖 애와 온갖 욕망과 뜻을 다하여 사랑하도록 합시다. 하느님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원하지도 말고 바라지도 말며, 다른 아무것도 마음에 들어 하지도 즐거워하지도 맙시다.”(인준받지 않은 수도규칙 23,8-9)
일생을 주님께 자신 전부를 쏟아부은 ‘영원한 주바라기, 프란치스코’는 생을 마치기 2년 전 라 베르나 산 위에서 주님의 거룩한 상흔을 받고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의 기도를 바칩니다. 이 기도에서 ‘나’는 사라지고 오직 ‘하느님 찬미’만 남습니다. 이는 그의 일생이 어디를 향했으며, 그가 어디에 열정을 쏟았는지를 잘 말해줍니다.
“당신은 선(善)이시고 모든 선이시며 으뜸선이시고 살아 계시며 참되신 주 하느님이시나이다. 당신은 애정이시며 사랑이시나이다. 당신은 지혜이시나이다. 당신은 겸손이시나이다. 당신은 인내이시나이다. 당신은 아름다움이시나이다. 당신은 안전함이시나이다. 당신은 고요이시나이다. 당신은 즐거움이시며 기쁨이시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희망이시나이다. 당신은 정의이시며 절제이시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흡족한 온갖 보화이시나이다. 당신은 온화이시나이다.”(5-11절)
성인의 대축일에 우리가 되새겨야 할 가장 근원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성인의 이 하느님을 향한 열정과 몰입이라고 봅니다. 이는 어쩌면 가난, 작음, 형제애와 같은 핵심적인 프란치스칸 영성들에 앞서는 것들일 것입니다. 그러한 덕행이나 영성은 바로 사랑이신 주님께 대한 열정과 몰입 없이는 주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 모두 사도 바오로의 고백처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지 않으며”(갈라 6,14), 프란치스코처럼 단순하고 가난한 마음으로 오직 주님만을 갈망하고 주님 외에 그 어떤 것도 바라지도 마음에 들어 하지도 즐거워하지도 않는 열정을 새롭게 했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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