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7주 목요일
?어떻게 기도할까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상호의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영성생활에 있어서도 신뢰심을 가지고 하느님께 의탁하며 기도하는 것이야말로 영적으로 가난한 이의 기본적인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다양한 계기로 부탁이나 요청을 하고 때로는 거절도 하지만 문제는 어떤 마음으로 청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팔레스티나에서는 밤중에 손님이 찾아오더라도 기꺼이 환대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한밤중에 벗이 찾아와 대접하려 하는데 여분의 빵조차 없어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문을 닫아걸고 가족들이 잠자리에 든 친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합니다. 청을 거절하던 친구도 졸라대며 사정하면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입니다(11,8).
벗이라면 마땅히 곤경에 처한 벗의 청을 들어주고 심지어 악한 사람이라 해도 자녀들에게 좋은 것을 줄줄 아는데(111,13), 하물며 선하신 하느님께서야 곤경에 처한 우리의 청을 안 들어주실 리가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관대함은 인간에 비길 수 없이 깊고 넓으십니다. 어떤 상황에서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베풀어주시는 하느님은 그 누구보다 훨씬 고결하시고 너그러우십니다(아우구스티누스). 따라서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입니다.”(11,10) 곧 주님께서는 기도하는 이들의 기도를 언제나 반드시 들어주시며, ‘성령’의 선물마저도 더 잘 주실 것입니다(11,13).
하느님께 어떤 마음으로 청해야 할까요?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는다’(11,10)는 말씀을 무엇이든 청해도 되는 것으로 잘못 알아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청해야 할 것은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나 현세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가 오시기를 청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오시도록 우리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해야 합니다. 이 기본을 망각할 때 우리는 입으로는 하느님을 찬미하고 얼핏 보면 선행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하느님을 도구화하고 소유와 욕망의 노리개로 취급하는 망발을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는 끈질기게 청하면서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정의 실현이나 공동선의 추구,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소홀히 하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겠습니다.
기도한다면서 자기 뜻이 이루어지기만을 간청하고, 죄를 고백하면서 남의 잘못만 들춰내 말하며, 하느님을 만나도록 주어진 시간을 온갖 잡담과 망상과 소음으로 채우고, 봉사한다면서 자기 이미지 관리에 여념이 없는 것. 이런 행동들이 얼마나 위선적이며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는 것인지!
주님께서는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십니다.”(마태 6,8) 하지만 하느님의 선 안에서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하여 창조의 영, 생명의 영, 기쁨의 성령을 끈질기게 청해야겠습니다. 주님은 자비하시니 기도로 청하고 바른 삶으로 찾고 한결같은 신앙으로 두드려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모두가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하늘나라가 ‘지금’ ‘여기서’ 실현될 수 있도록 반드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끈기 있게 청하는 ‘거룩한 청원’의 시간이 가져보았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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