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2주 금 루카 17,26-37(15.11.13)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루카 17,33)
♣ 지금이 바로 하느님을 만나야 할 때 ♣
사람의 목숨은 하느님께서 “쓸어 내시면 아침잠과도 같고 사라져 가는 풀”(시편 90,5)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힘을 믿고 천년만년 살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 살 궁리만 하고 자기 것을 챙기며, 자기 방식대로 인생을 즐기는데 몰두하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오늘의 시대는 ‘하느님을 망각한 시대’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은 나날의 삶에서 어디에 중심을 두고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곧 하느님의 심판과 구원의 날이 언제일지 알 수 없고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이루어지고 있으며 누구나 그날을 맞을 것입니다. 그날은 우리에게는 마지막 죽음의 때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노아(창세 6-7장)와 롯(창세 19장)의 예를 들어 그날을 준비하며 회개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세상일에만 몰두하며 살다가 결국 홍수에 휩쓸려 모두 죽습니다 (17,27). 롯 시대 사람들도 구원을 위한 준비는 하지 않고,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다가 롯이 소돔을 떠난 바로 그날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모두 멸망하고 맙니다 (17,28-29). 그들은 자신들의 영원한 생명, 구원에는 무관심한 채 자기 일에만 매여 있었던 것입니다.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17,33)라고 말씀하십니다.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하느님 사랑 때문에 남을 향해 모든 것을 내놓는 것을 말하며,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행동을 버리고 그분의 말씀과 행동에 집중하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노아 시대나 롯 시대 사람들과는 달리 현세재물, 심지어 자기 목숨에도 애착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 잘 살 궁리만 하고 자신의 부귀영화, 안락을 챙기는데 몰두하는 사람은 망하고 말 것입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마지막 순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회개는 하느님의 뜻대로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만나는 사람을 소중히 대하며, 세상 한복판에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는 것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세상일과 재물에 대한 미련 없이 항구하게 사랑의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이며,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2코린 6,2)이기에, 지금 회개하고 지금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소중한 것을 가져오려고 발을 돌렸으나 소금기둥이 되어버립니다 (창세 19,26). ‘사람의 아들의 날’, 나의 죽음의 순간은 그렇게 너무나 갑작스레 찾아오기에 자기 재산을 챙길 틈조차 없습니다 (17,31). 시간이 많다고 영원한 생명, 행복이 저절로 주어지는 법은 없습니다. 또 내 자신의 일을 다 하고 영원한 생명, 구원, 참 행복을 챙기기 위한 시간이 따로 주어지지도 않습니다. 세상을 좇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며 시간을 허비한다면 결국 시체가 독수리의 먹이가 되듯 심판과 멸망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17,37 참조). 현세 재물도 명예와 권력도, 내 몸뚱아리도 다 바람처럼 헛되이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하느님 없이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려고 몸부림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버리고 비우고 낮추는 일상의 죽음 준비로 그리스도의 구원에 참여하는 복된 날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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