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주 수,
마르 1,29-39(16.1.13)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마르 1,38)
♣ 하느님을 향한 순례 일정표 ♣
예수님께서 지상 생활에서 보여주신 행보는 믿는 이들의 하느님을 향한 순례 일정을 미리 보여주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 한복판에 사람이 되어 오신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의 일상생활은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순례 여정을 따라가야 할 것입니다. 깊이 담그시는 것으로 공생활의 문을 여십니다 (마르 1,9-11).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순례도 이 세상의 소외와 차별, 고통과 불의가 있는 곳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성(聖)과 속(俗)을 나누어 차별하는 이원론적 사고나, 삶의 현실과 동떨어진 신비나 초월을 더 고상하고 차원 높은 영성생활로 착각하는 그릇된 신비주의에 빠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십 일 동안 사탄의 유혹을 받으십니다 (1,12-13).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준비피정을 하신 셈입니다. 우리도 하루를 시작하면서, 무엇인가를 하기 전에 하느님 앞에 머물며 그분의 뜻을 들어야 합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복음선포라면 나날의 준비피정은 지나칠 수 없는 것입니다. (1,21-28), 시몬 베드로의 집으로 가시어 안식일임에도 열병을 앓고 있는 그의 장모를 고쳐주십니다 (1,29-31). 그뿐 아니라 저녁에도 몰려든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십니다 (1,32-34).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제도와 때와 장소를 뛰어넘어 몸소 실천하신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예수님이 실천하신 하느님의 자비와 생명과 해방을 위해 투신하는 삶이 되어야겠지요.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 거기에 하느님의 사랑과 생명을 담아서 하면 되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것을 하든 하느님의 마음으로 할 때 성사(聖事)가 되고 복음선포가 되는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들에 대한 생각,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하는 젊은이들의 얼굴을 바라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감 등 모든 계기가 바로 하느님을 드러내는 계기입니다. (1,35). 복음선포 여정 중에 멈추어 다시 홀로 하느님 앞에 머무신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심지어 맡은 교회일도 너무 많아 ‘정신없이’ 바쁜 이들이 많습니다. 말씀을 되새길 시간은 자주 뒷전으로 밀리곤 하지요. 그러나 멈추어 하느님 앞에 자신을 두지 않은 채 제 뜻대로 달려가기만 한다면 결국 세속화와 타락을 불러올 뿐입니다.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1,38) 하시며,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십니다.” (1,39) 그렇게 우리의 일상도 그침 없는 복음선포로 이어져야 합니다. 다시 챙겨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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