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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제 1주간 목요일 / 기경호 신부님 ~



연중 1주 목,

마르 1,40-45(16.1.14)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마르 1,41)



The cleansing of a leper





원초적 생명을 깨우는 연민

멀쩡했던 한 사람이 당시 가장 불행한 일의 하나로 여겨졌던 나병에 걸립니다.


 그는 불결한 사람으로 여겨져 사회에서 격리되고, 죄인 취급을 받아

신앙공동체에도 낄 수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산송장 취급을 받았습니다

(민수 12,12).

나병환자는 말할 수 없는 소외감과 좌절 속에 나락에 떨어진 자신을 보며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무릎을 꿇고 겸허하게 예수님께 나아가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마르 1,40) 하고 간청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깨끗하게 해주십니다

(1,41).

예수님의 가엾은 마음은 다른 이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스스로 '불결하다'고 외쳐야 하는 나환자에게 손을 내밀게 합니다.


 나병환자를 만지는 사람도 부정해진다고들 여겼는데도

 예수님께서는 괘념치 않고 그에게 먼저 다가가십니다.


손을 내밀어 하느님의 사랑과 원초적인 생명을 깨워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아무에게도 치유 받은 사실을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단단히 이르십니다

(1,44).


그 치유가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며,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음을

 드러내는 표징이자 메시아 시대의 은혜인 까닭이었습니다.

그러나 치유 받은 나환자는 존재의 뿌리를 뒤엎는

기막힌 선물을 받고 참을 수 없어 널리 알리고 퍼뜨립니다

(1,45).


 예수님의 연민은 소외와 단절, 멸시와 차별을 받아온

그 안의 생명을 다시 꿈틀거리게 했습니다.


그분이 주신 자유와 기쁨의 선물은 그를 춤추게 했고,

그는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지 않고는 못 배겼던 것입니다.


이처럼 아무도 연민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권능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나는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 선물이 되고, 기쁨을 주며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연민을 지니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내 존재가 정말 가족과 이웃, 특히 고통 받는 이들을 신명나게 하고

살아갈 이유를 다시 발견하는 희망을 불어넣으며,

불신과 소외와 고통으로 식어버린 심장을 데워주는

사랑의 난로가 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우리도 세상 사람들이 삶의 의미와 희망을 되찾아 기뻐할 수 있도록

온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해 하느님의 연민과 좋음을 전하고 나눌 수 있어야겠습니다.


 연민의 마음으로 그렇게 할 때 나환자처럼 다른 이들도

그 가슴 뛰는 선물을 자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입니다.

나의 능력이나 재물,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예수님의 연민을 품은

 나를 통하여 드러나는 하느님의 선과 사랑 때문에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이웃과 세상을 제3자의 시각에서 대상화하여 바라보지 않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고통으로 신음하는 세상과 이웃의

심장 속으로 들어갈 때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나환자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고쳐주셨던 예수님처럼

오직 그 사람을 향한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먼저' 손을 내밀며 적극적으로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연민의 마음으로 기쁨과 삶의 의미와

희망을 불어넣는 주님의 도구가 되길 바랍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