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주 금,
마르 2,1-12(16.1.15)
“일어나 네 들것을 가지고 걸어가라.”(마르 2,9)
♣ 빛과 그림자를 안고 돌아가는 길 ♣
오늘은 중풍병자의 움직임과 예수님의 관계를 중심으로 묵상해봅니다. 잘 알다시피 중풍은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의식이 흐릿해지기도 하며, 발병하면 대부분 완치가 어렵고 후유증이 남아 고통스런 질병입니다. 사람들이 중풍병자를 그분께 데려갑니다(2,3). 네 사람이 들것에 들고 간 것을 보면 중풍이 상당히 깊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집에서 한 발짝도 떠나지 못한 채 고통과 절망 속에 누어 지냈을 것입니다. 돌보는 가족들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을 것입니다. 기대하고 찾아간 이들과 달리 사람들의 도움으로 ‘절망의 이불’과 ‘고통의 집’에서 빠져나옵니다. 자신의 뜻이었는지 권유를 받았는지는 몰라도 '예수님 때문에' 집을 떠난 것입니다. 어둠에서 빛을, 죽음에서 생명을 찾아가는 ‘생명의 순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몸과 마음이 아프고 외롭고 힘들 때, 세상 불의와 구조적 악이 판칠 때 포기하고 체념하며 손놓고 집안에 있을 것이 아닙니다. 그럴 때일수록 주님을 찾아 나서야 하고, 그런 상태에 있는 이들을 주님께 데려가야 합니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2,5) 하시며 중풍병자를 고쳐주십니다. 집을 떠나온 중풍병자는 예수님을 만나 생명력을 되찾고 절망을 떠나 희망을 만났으며, 어둠을 떠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고통스럽고. 외롭고 힘들 때, 권력과 자본의 폐해로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을 때 연대하여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라”(2,11) 하십니다. 이 말씀은 매우 깊은 뜻을 품고 있습니다. ‘일어나라’고 하시며 병들어 굳어진 그의 몸과 영혼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십니다.
그 결과 창조가 일어나고 관계가 발생하며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중풍병자에게 들것은 아픈 몸을 눕히고 기댄 고통의 자리이자 떨쳐버리고 싶은 과거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생명을 되찾도록 예수님께 데려다준 ‘하느님의 성사’이며 자신의 고통과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담긴 선물입니다. 우리도 내 삶의 들것 곧, 좋은 것뿐 아니라 아픔과 상처, 고통과 어둠도 끌어안고 하느님과 세상 사이를 오가야 합니다. 집은 고통스럽게 지냈던 그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원점이요 가족들의 걱정과 슬픔이 서린 곳입니다. 성해진 그가 돌아감으로써 가족들은 걱정과 시름을 놓고 활기를 되찾았을 것입니다. 공동체의 회복을 말합니다. 그렇게 가정이나 수도공동체, 사회도 예수님을 품어야 화해와 쇄신이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우리가 그분을 찾아 떠나고 그분과 함께 집으로 되돌아가는 순례를 계속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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