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목, 주님 만찬 저녁미사 요한 13,1-15(16.3.24)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요한 13,14)
The washing of the Disciples' Feet
♣ 낮추어 서로 섬기고 사랑하며 ♣
교회는 성삼일 전례를 통하여 신앙의 가장 핵심적인 신비인 주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파스카 신비를 거룩하고 장엄하게 기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떠나실 때가 다가오자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제자들과 만찬을 함께하시며 그들에게 끝까지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빵과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주시며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24) 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이렇게 목숨을 바쳐 사랑의 성사인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그분 친히 우리에게 하느님의 생명을 건네주신 것이고, 사랑의 영을 불어넣어주신 것입니다. 말씀하시며 목숨 바쳐 전부를 건네주신 그 사랑을 기억하여 실천하라 하십니다. 조건없이 모두를 받아들이고 용서하며 사랑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여 예수님처럼 실행하라는 것입니다.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몸을 낮추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면서 몸소 사랑의 본을 보여주십니다 (요한 13,4-5). 그런데 베드로는 예수님을 사회적 관계의 틀에서 보면서 스승에 대한 존경심으로 발 씻김을 거절합니다 (13,8).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13,8) 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관점에서 보면 발 씻기는 행위는 사회적 관계가 아닌 영적인 관계요 존재론적인 일치의 상징이었던 것입니다. 곧, 사랑이신 분과의 관계 안으로 들어감을 뜻합니다. 모두가 주님과의 관계 안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랑이요 정의이며, 참 인간이 되는 길입니다. 거룩한 영의 숨결이 멎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내리사랑에 맡길 때에야 우리는 진정으로 서로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사랑이신 분의 사랑을 받아들여 깊이 체험한 사람만이 다른 이들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13,14)고 분부하십니다. 예수님처럼 서로 섬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믿는 이들 앞에는 지배해야 할 대상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죽기까지 섬겨야 할 소중하고 사랑스런 이들이 있을 뿐입니다. 낮추어 사랑으로 섬기는 것이 바로 제자직의 본질임을 상기해야겠습니다. 수난하시고 죽으신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그 사랑에 자신을 맡기는 겸손함과 영적인 너그러움을 지녔으면 합니다. 예수님처럼 한없이 자신을 낮추어 섬기고 자신을 밥으로 내어주는 사랑의 찬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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