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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부활 팔일 축제내 금요일 / 기경호 신부님 ~




부활 팔일 축제 내 금, 요한 21,1-14(16.4.1)

“예수님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주셨다.”(요한 21,13)


The Appearance to the Seven Disciples

 




 다가와 함께하시는 주님의 사랑



예수님께서 체포되자 제자들은 스승을 버리고

부름 받기 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버립니다.


 베드로가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네’(21,3) 하고 말하자

다른 제자들도 그를 따릅니다.


 사람 낚는 어부의 소명을 받은 그들이 이제는 배를 채우기 위한

 먹거리를 낚기 위해 자신들의 힘을 쏟으려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될 때의 그 전인적인 삶의 방향전환만큼이나

 또 다시 그들은 예수님과 무관한 자신들의 세계로 떠나는

 제2의 전환기를 맞은 것입니다.


 예수님 가까이에서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는 표징과 가르침을

 수없이 보고 들었고 그분이 바로 메시아임을 너무도 잘 아는 그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예수님을 팔아넘기고 배반하며 자기 세계로

돌아가버린 이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일곱 제자가 ‘함께’ 고기를 잡으려 했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합니다

(21,3).


예수님과 함께하지 않는 ‘밤’

, 곧 자기들만의 힘으로는 그렇게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던 것이지요.


 바로 그 허무함과 비참한 상황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함께하십니다.

‘아침이 될 무렵’ 예수님께서 물가에 서 계셨지만

 영(靈)의 눈길을 잃어버린 제자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21,4).


 빛이신 예수님은 좌절과 실망감 속에 자신들의 힘만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제자들 곁에 그렇게 새벽처럼 다가오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하겠다고 하신

 임마누엘의 사랑입니다.

제자들은 밤새 애를 써보았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합니다

(21,3).


그들 자신이 예수님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밤중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대로 배 오른쪽에 그물을 던지자’

그물을 끌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기가 잡혔습니다

(21,6).


이 엄청난 결과는 곧 함께하시는 그분의 한없는 사랑을 말해줍니다.

사랑받는 제자가 예수님을 알아보고 '주님이십니다.' 하자

 베드로는 호수에 뛰어듭니다

(21,7).


사랑만이 사랑을 알아보고, 사랑의 불꽃은 그렇게

다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사랑을 향해 달려갑니다.


사랑이 사랑을 부른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은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보여주셨던 그 사랑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없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애쓰며 지친 그들을 위해 숯불 생선구이와 빵으로

아침을 준비해 놓으시고 ‘와서 아침을 먹어라' 하십니다.


그뿐 아니라 그분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주십니다.”

(21,13)


제자들은 그 사랑에 젖어 다시 ‘영의 세계’로 떠납니다.

나 역시 내 삶의 호수에서 예수님과 무관하게, 하느님을 잊은 채

내 힘에 의존하여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 때가 많습니다.


 제자들처럼 그렇게 예수님에 대해 수없이 듣고 많은 것을 알고

오랜 세월 영성생활을 하며, ‘신자’, ‘수도자’, ‘성직자’라는

 명패를 걸고 있으면서도 말입니다.

아무리 바쁘고, 그 어떤 시련과 고통, 유혹이 다가와도

예수 그리스도만은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혹 잊더라도 지체없이 그 사랑을 기억해야겠지요.

그분이 아니면 모든 것이 다 헛되고 헛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신 그분과의 관계단절이 곧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내 삶의 호숫가에서 변함없이 사랑의 아침식사를

준비해주시는 주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나를 떠나는 부활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 님의 숨결 느끼며 ♬